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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잘 죽기
기사입력 2019-08-06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몇 년 전에는 ‘웰빙(well-being)’이란 단어가 유행했다. 웰빙은 한 마디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뜻한다. 또 한때는 ‘건강하고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을 의미하는 ‘웰에이징(well-aging)’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화두는 단연 ‘잘 죽기’, 즉 ‘웰다잉(well-dying)’이다. 웰다잉은 살아온 날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 일체를 포함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 사망자 수는 29만여 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다 인원을 경신했다. 그런데 고령 사회를 맞아 향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만여 명으로, 태어나는 인구보다 생을 마감하는 인구가 더 많아지는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존엄성을 지키며 인생을 아름답게 잘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른바 웰다잉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런데도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내의 현실은 대단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오늘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인 자살이다. 2017년 기준 10만 명당 노인 자살자 수는 47.7명으로 전체 평균(24.3명)의 약 2배에 이른다. OECD 평균(18.4명)과 비교해도 거의 3배 수준으로,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마저 안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까닭에 노년에 이르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하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극단적 선택’ 역시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3년간 2명의 한국인이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에서 안락사, 일명 ‘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안락사 합법화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실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조력자살이란 의료진으로부터 조력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이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민과 외국인 모두에게 이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안락사하기 위해서는 1억 가까운 큰 비용이 든다. 이에 따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내에서도 안락사를 합법화해 달라는 청원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안락사 허용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생명은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살아야 할 사람과 죽어야 할 사람을 인위적으로 선별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그러나 불치병 환자나 중증 치매 환자들에게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에서 현대판 유배(流配) 생활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고통 없이 죽을 권리마저 빼앗는, 또 다른 인권 침해는 아닐까.

 

이윤배(조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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