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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두 논리(Two Logics)
기사입력 2019-08-07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사람의 생각을 움직이는 두 가지 논리가 있다. 하나의 논리도 배운 적이 없는데 논리가 둘이 있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흔히 있을 수 있는 반문(反問)이다. 대학에서 논리학을 들은 사람은 “한 가지 논리학도 골치 아파 죽겠는데, 두 논리라니” 라며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 생각을 움직이는 두 가지 논리가 있으며 인생살이나 사람의 사고를 들여다보려면 두 가지 논리를 섭렵해야 한다. 논리라고 하지만 사실은 사고방식이나 사유의 틀 정도가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어서 인생살이를 깊이 연구하려면 두 논리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현대는 미국이 맹주를 자처하고 있다. 미국적 사고방식은 실용적이다. 현실적이라는 말이다. 미국은 원래 영미권의 문화로 분류된다. 유럽 세계에서 영국은 아웃사이더이다. 사고방식이 독일이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과 다르다. 프랑스인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독일인이 그걸로 사유의 건축물, 곧 체계를 구축하며, 영국인이 그 건축물을 파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근대 철학을 보면 이건 사실이다. 프랑스인 데카르트가 근대적 자아나 세계관의 기틀을 마련한다. 이를 갖고 독일인 라이프니츠가 형이상학 체계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를 영국인인 흄이 가차 없는 비판으로 파괴한다.

  두 논리와 연관해서 위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한 가지 논리는 유럽 대륙의 논리이며 다른 한 가지 논리는 영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핵심을 말하자면 프랑스ㆍ독일인들은 구성적(constructive)이며 영국인은 비판적(파괴적ㆍ destructive, critical)이다. 쉽게 정리하면 대륙인들은 사람의 머리로 만들어낸 것(생각, 아이디어, 이론)을 신뢰하며 그것들을 자기 밖의 세계에 적용하여 써먹으려고 한다. 비교적 낙관적인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영국인들은 사람의 생각을 신뢰하지 않는다. 인간은 머리에서 항상 얼토당토않은 우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을 항상 필터링해서 우상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피력한 것이 베이컨의 네 가지 우상론이다. 복잡한 이야기가 많지만 간단히 말하면 인간은 잘못된 사유 습관을 너무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대로 놔두면 안 되고 항상 자연에 갖다 대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의 생각대로 가지 않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항상 관찰하고 실험을 통해서 인간의 생각을 뒤집어 엎는 부정적인 사례(counter example)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영국인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에 비해서 대륙인은 이상주의적이다.

  두 가지 논리란 결국 인간의 생각을 보는 시각 차이에서 생긴다. 그 하나는 인간 사유에 대한 신뢰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사유에 대한 불신이다. 인간 사유를 왜 믿는가? 인간 머리에서 만들어 낸 생각이 세상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인간의 머리로 생산된 수학적 질서가 세상에 통용되지 않는가? 다리도 만들고, 건물도 짓고, 비행기도 만들어서 타고 다니는 걸 보면 맞는 것 같다.

  영국인은 왜 인간 생각을 믿지 않는가? 사람 머리로 만들어 낸 생각이 세상에 맞지 않는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대로 되는 것보다 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타이타닉호도 침몰하고, 이성적 질서로 세계를 구성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생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인생살이가 내가 그린 대로 되지 않는 걸 보면 내 생각(꿈)이 세상에 안 들어맞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두 가지 생각은 완전히 상반된 것 같은데 둘 다 그럴 듯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실 속에서는 영국인의 논리가 더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세상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함부로 질러대지 않으니 현실에서 유용한 팁들이 누적된다.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럴 때 이렇게 말을 한다. 현실은 책상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학교 다닐 때 머리는 좋은데 너무 따져서 수학공부가 안 되는 학생이 꼭 있는데, 이 학생이 현실적인 유형이라고 보면 대체로 맞다.

  그럼에도 구성적이고 긍정적인 논리는 필요하다. 이게 없으면 인류 문명에 새로운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 머리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야 세상에 새로운 방향이나 문화가 생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새로운 걸 산출할 수 있는 동기도 부여되어야 한다.

  결국 두 가지 논리가 다 필요하다. 두 논리가 결합된 게 있느냐고? 그게 과학이다. 인간 머리에서 만들어 낸 가설을 현실에 갖다 대서 실험, 관찰해서 살아남은 것들이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과학적 지식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두 가지 논리를 다 사용하고 있다. 인간 삶에 있어서도 그렇다. 때로는 사람을 좋아하고 믿어야 하지만 때로는 절대로 믿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두 가지 생각이 모순이라고? 그렇다. 원래 우리는 두 가지 모순된 논리를 구사할 능력이 있으며 실제로 그러면서 산다.

  궤변인 것 같지만 이를 위해 공자님께서는 때에 따라서 적합하게(時中)라는 절묘한 방안을 마련해 놓으셨다. 나이가 들면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때에 따라서 적합한 판단을 하면서 살게 된다.

 

김귀룡(충북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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