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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뉴욕에서의 추억
기사입력 2019-08-07 07: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젊은 날 운 좋게 직장에서 해외연수를 갈 기회가 주어졌다. 두 달 중 한 달은 뉴욕의 C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나머지 한 달은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때 C대학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전 세계에서 영어를 배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연령과 신분이 각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동양 사람은 동양 사람끼리 남미는 남미,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또 그들대로 더 친했던 것 같다.

 수업은 오전에만 있어 오후 시간은 자유였는데 뉴욕에 아무 연고가 없었고 숙식은 학교 기숙사를 이용했기 때문에 주로 학교 도서관에 자주 갔다. 그 당시 우리나라와는 달리 그 학교에선 특별히 시청각교재를 위한 도서관이 있어 원하기만 하면 수많은 영화필름CD도 빌려볼 수 있었다. 특별히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많은 영화를 보면서 감동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중에서도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에 빠져들어 함께 공부했던 이탈리아 학생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때 그 도서관의 모든 모니터가 우리나라 S사제품이었다. 당시엔 일본 전자제품 인기가 압도적이었는데 유독 S사제품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매우 신기하면서도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사정을 알아보니 그 모니터들은 모두 회사에서 홍보를 위해 무료로 대학에 기증한 것이라고 했다. 전자제품 하면 무조건 일제를 최고로 치던 시절이었다. 특히 소니 TV하면 그야말로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백화점이나 전자상가의 가장 중심부를 차지한 반면 우리의 삼성 TV는 아주 구석진 곳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88올림픽 다음해였으니 불과 30여년 전 이야기다. 그 길지 않은 시간에 우리나라는 놀랄 만큼 발전했다. 이제 누가 삼성 대신 소니TV에 눈길이나 주겠는가? 이같이 세상은 천지가 개벽할 만큼 달라졌는데 아직도 그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우선 아베를 비롯한 일본 위정자들이 그렇지만 그들에게 동조하거나 그들을 지나치게 두려워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비단 한ㆍ일 간의 문제만도 아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동남아나 혹은 다른 어떤 나라들에 지금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의식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거듭 조심하며 살펴봐야겠다.

황경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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