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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꽃 중의 꽃, 호박꽃
기사입력 2019-08-16 07:00:08.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비가 내린 다음날 보니 아파트 화단에 호박꽃 서너 송이가 피어 있었다. 화단 옆 작은 공간에서 호박이 덩굴을 만들어가는 것도, 꽃이 피어난 것도 신기했다. 주위에 다른 꽃들이 있었지만 내게는 호박꽃이 가장 예뻐 보였다. 호박꽃이 그렇게 예뻐 보이긴 처음이었다. 꽃잎이 커서 서너 송이만 피어도 주위가 환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호박씨를 묻은 사람이 고마웠다.

호박꽃이 내게 친숙한 건 어린 시절 수없이 보고 자란 덕분이다. 내가 태어나 자란 산골의 아침은 새소리와 바람소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면 호박꽃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너무 흔한 꽃이라 그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꽃이 바로 호박꽃이었다. 집 담장이나 텃밭에서 덩굴을 뻗어 가는 호박은 쓸모가 많았다. 꽃잎이 지고 나면 동전만 한 호박이 자리를 잡았는데 호박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다. 감자만 하던 것이 며칠 밤 자고 나면 참외만큼 커져 있었다. 엄마는 호박을 따오라는 심부름을 자주 시켰다. 그러면 나는 주저 없이 호박을 따러 다녔다. 알맞게 큰 호박을 발견했을 때는 보물을 발견한 듯 신이 났기 때문이다. 엄마는 애호박으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부침개를 부쳐주었다.

커다란 이파리 속에 숨어 우리 눈을 피해 여름을 난 호박도 많았다. 그것들은 맑은 바람 속에서 야무지게 속을 채웠다. 살이 오른 푸근한 몸을 담벼락에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호박들 사이로 가을빛이 창창했다. 잘 익은 호박은 겨우내 호박죽이 되고 호박떡이 되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에는 친근했던 호박꽃이지만 도시에서 호박꽃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당연히 언젠가부터 호박꽃은 마음에만 피는 꽃이었다. 고향에 가야 볼 수 있는, 고향 집 담장과 잘 어울리는 꽃일 뿐이었다. 그런데 호박꽃을 아파트 화단에서 만났으니 마치 옛 동무를 만난 듯 반가웠다. 호박을 심은 사람도 나처럼 울타리에 호박 넝쿨이 풍성한 집에서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려면 어떠리. 혹자는 호박꽃을 못생긴 여자에 비유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고 있는 호박꽃과 눈을 맞춘다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그 속에 호박 한 덩이를 고스란히 품고 있으니 어찌 꽃 중의 꽃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쪼록 호박꽃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를 기대해본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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