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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디지털시대의 설득술
기사입력 2019-08-19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북한과 살얼음판의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는 북한과 “아주 친하고 좋은 관계”라고 연일 트윗을 날리고 있다. 우회 전술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재선을 위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그의 수싸움은 지금까지 유효한 듯하다. 그러나 궁극의 목표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그가 펼치는 강온병행의 설득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인생은 설득과 선택의 여정이다. 그런데 이게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세뱃돈으로 생긴 1만원을 동생과 나누었다. 엄마가 반으로 나누라는 것이다. 그리고 길을 걷다 1000원을 주웠다. 비교해보자. 당연히 5000원이 더 크다. 그런데 어떤 돈이 더 기분 좋은가? 작지만 주운 돈이다. 나눈 돈은 아깝고 주운 돈은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은 금액이 문제가 아니다. 똑같은 수준의 서류인데 어떤 때는 칭찬받고 어떤 때는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전날 부장님이 부부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날짜가 겹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만고풍상의 인생사에 이런 일은 부지기수다. 손가락 빠는 버릇이 있는 아이가 있다.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하지 말라는 엄마의 잦은 잔소리는 버릇을 악화시킬 뿐이다. 아예 손가락 빠는 시간을 정해주면 점차 습관이 사라진다. 아이가 엄마의 관심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잡기 어려운 것이 사람 마음이다. 비합리적인 선택을 일삼는 감정과 욕망의 덩어리다. 그런 그들을 설득하고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은 광고업에 30년을 종사한 나로서도 어려운 일이다.

 물건을 사는 것도, 영화를 찾는 것도, 강의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강사는 강의로 청중을 설득한다. 강의가 좋으면 그들은 그 강의를 다른 이에게 추천할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한다. 우리는 살면서 이 설득의 관문을 수시로 만나고 통과해야 한다. 설득의 어려움에 대해 제왕학의 달인 한비자는 “내 지식이 불충분해서도 아니고 내 변설이 서툴러 밝히기 어려워서도 아니며 해야 될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다. 설득의 어려움은 상대방의 심중을 미리 파악해서 내 주장을 거기에 적중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상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그의 흉중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설득술을 상대의 심리에 대응하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보는 측면이 우세했다. 설득의 대가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나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을 봐도 그런 입장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설득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크게 바뀌었다면 그 설득술도 뭔가 보강해야 한다.

 백의종군 후 삼도수군통제사를 다시 맡은 이순신은 적의 선단으로 빽빽한 명량으로 떠나며 그를 질시하고 핍박한 선조에게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이 남아있고 신이 아직 살아있으니 적들은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장계를 올린다. 그리고 중과부적의 전력으로 적을 대파한다. 그는 또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 노량에서 “싸움이 남았으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다. 전투를 남긴 부하들의 사기 때문이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가의 운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그의 진정성은 무리의 앞에 서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자의 설득적 표상으로 귀중하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지도층의 잦은 표리부동과 책임회피의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일까.

 디지털 융합기술이 파생시킨 이종결합의 콘텐츠와 플랫폼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연대와 결속이 언제든지 가능한 시대다. 그러나 그 이면에 허위와 소외로 물든 인간성 몰락의 불안감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만 하더라도 진위를 가리기 힘든 정보와 이기적이고 소모적인 주장들로 극단적 편가르기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있다. 사람들이 현재의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고, 일과 인생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작고 소박한 결속’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세다. 산속을 찾는 사람의 발길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한때 유행한 제품과 광고가 다시 등장하는 것도 이런 심리를 반영한 결과다. 자존감의 상실에 빠진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관계성의 회복을 주장하는 책들이 서점 상단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제 설득은 내 의도를 관철시키는 기상천외한 심리전이 아니다. 설득은 협력자가 되는 일이다. 의도된 설득은 금물이다. 그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해라. 첫째, 진심을 다해 그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라. 둘째, 그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내용으로 구성해라. 셋째, 그가 편안한 상태에서 연출하라.

한ㆍ일 간의 외교문제에 대입해 보자.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서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약삭빠른 머리싸움을 시작한 자는 누구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미봉책의 심리전은 그만두자. 정당한 논리와 정정당당한 태도를 바탕으로 대교약졸의 정공법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공존과 발전을 위한 이 시대의 설득법이기 때문이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성숙한 국민 여론에 박수를 보낸다.

 

김시래(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ㆍ정보경영학박사)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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