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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택청약제도 근본적 재검토 필요
기사입력 2019-08-22 07:0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필자는 이달 초 본란 기고를 통해 정부는 자력으로 주거문제 해결이 어려운 계층의 주거수준 향상에만 노력을 집중하고 중산층 이상의 주거문제는 시장 기능에 맡길 것을 촉구한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은 주택청약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봄으로써 주택의 합리적 공급과 배분 방안에 대해 근본적 전환이 이뤄지길 요망한다.

  주택청약제도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분양 질서를 확립하며, 주택 투기를 억제하고 공정한 자산재분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1978년 5월 도입된 이래 40년 넘는 동안 주택공급의 기준 제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렇지만 주택이 절대 부족하던 시기에 도입된 제도가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하고도 남을 기간 동안 그 틀이 바뀌지 않았기에 이제는 현실과 괴리된 제도가 돼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조건을 바꾸고, 정책 목적에 따라 새로운 사항을 덧붙이는 바람에 웬만한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가 되어 버렸다. 청약 과정에서의 실수로 인해 받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과도하고, 부적격 당첨자를 걸러내는 부담을 분양사업자에게 지우는 문제 등으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불평과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면 꼭 이해해야 할 두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청약제도와 입시제도가 그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를 감안해서 정부도 청약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차제에 보다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모색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돼야 할 주택과 그렇지 않은 주택으로 구분해서 청약제도를 이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주 목적으로 공급되는 주택은 무주택 기간과 가구주 연령 및 부양가족수의 배점을 더욱 강화해 무주택자가 보다 확실하게 우선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에 우선공급 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고가의 대형 주택은 누구나 용이하게 청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면적 기준으로는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이하와 초과로, 가격 기준으로는 양도세 내지 종부세 부과 등의 기준인 9억원 이하와 초과로 구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주택청약 시에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이유는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계층에 분양우선권을 주어 주택 마련을 촉진하고, 주택 분양에 따르는 경제적 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선권을 주는 대상은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주택으로 가격도 9억원 이하 정도의 주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다. 대형 주택이나 사회통념상 무주택자가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주택까지도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그 필요성과 합리성이 낮을 뿐더러, 그로 인해 소위 ‘줍줍족’과 같은 문제점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한 규모와 가액 이하의 주택만을 무주택 우선공급 대상으로 하고, 그 외의 주택은 누구나 청약할 수 있도록 하되 공정한 추첨 방식에 의하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청약하고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주택시장의 기능이 현저하게 증진될 것이다. 또한 분양가를 규제할 필요성도 낮아지고 청약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소요되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현저하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청약제도의 운영에 관한 것으로, 지나치게 복잡한 제도를 대폭 정비해서 상식을 갖춘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이해하고 편리하게 청약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또한 청약 과정에서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가 검증기능을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실수로 인한 오류청약은 불이익을 줄여 주어야 한다. 아울러 청약제도의 운영과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기능은 공공 부문이 담당해야 한다. 지금처럼 전문가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지키는 부담마저 분양사업자에게 지우는 것은 합리성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제도이든 도입 이후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면 그에 맞춰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입 당시의 목표나 본질과는 다르게 변질돼 버린 제도를 붙들고 씨름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주택청약제도가 바로 그렇다. 주택 보급률이나 재고주택의 수, 주택 가격과 품질 수준 등 여러 면에서 환경이 현격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분적인 손질이나 보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약제도를 전면 개편해 이원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형 주택에 대해서는 무주택자 우선공급의 효과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중대형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소유 유무에 관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청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제활동의 자유를 신장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형주(건설주택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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