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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나를 비우는 삶
기사입력 2019-08-22 07: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택배 물건을 받고 나서 또다시 자책감에 휩싸였다. 며칠도 되지 않아 나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저버렸던 것이다. 의지가 나약한 것인지, 아니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마다 공격적으로 파고드는 광고의 위력 탓인지 몰라도 나는 비장했던 나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일주일 전 나는 어머니의 유품 정리 겸 쓰지 않는 물건들을 처분했다. 옷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쓰지 않는 물건들이 넘쳐났고, 언제 그것을 샀나, 새삼스러운 물건도 있었다. 그 물건들 때문에 정작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평소 최소한의 물건으로 단출하게 삶을 이어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면서도 나는 실천하지 못했다. 그 물건들은 내 소유가 되는 순간에만 잠시 설렘과 위안을 주었을 뿐, 그대로 주쳇덩어리가 돼 내 삶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구석구석 틀어박혀 먼지가 쌓이고 바래가는 그것들이 내 숨통을 눌러댔다.

영양 과잉이 오히려 건강에 해롭듯 구석구석 쟁여져 있는 물건들의 반격에 나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최소한의 물품들로만 살아가자고 다기지게 결심했다. 내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것들을 끄집어냈다. 그렇게 끌려나와 방안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것들은 나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구석에서 나를 지켜보며 나의 한때를 증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장지도 뜯지 않은 것들과 진솔이나 다름없는 옷들은 필요한 사람에게 주기 위해 따로 모아 두고 몇 년째 손도 대지 않은 것들은 버리는 쪽으로 분류했다. 나는 잘 버리지 못했다. 어쩌면 구매하는 것보다는 버리지 못하는 일이 더 문제였는지 모른다. 잘 살기 위해서는 버리는 일을 잘 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 것이다. 수명이 다한 셀폰은 물론이고,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마저 버리지 못했으니 그 짐이 오죽할까.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했던 물건들을 폐기처분할라치면 마치 나를 내다버리는 것 같아 차마 버릴 수 없었다.

물건도 그럴진대 하물며 사람이야. 이별이 무서워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적도 있었으니 나는 미숙해도 한참 미숙한 사람인 셈이다. 한 여름, 염천 속에 배달된 그 물건이 또다시 나에게 반성을 요구했다. 정말, 이제는 있는 것도 잘 정리하면서 살아야겠다. 짐이 가벼우면 그만큼 삶도 가벼울 터. 삶이 가벼우면 정신도 그만큼 맑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제는 가벼워지고 싶다. 깃털처럼 가볍게 말이다.

 

은미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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