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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건축물의 가치
기사입력 2019-08-26 07:00: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현대건축의 전시장이다. 파격적이고 다양한 현대건축을 만날 수 있어 건축투어 코스로서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 있다. 중앙역과 큐브하우스, 마르크탈 등 파격적인 현대건축물이 즐비하고 여타 건축물들도 하나하나가 구경거리다. 이 가운데서도 전통시장과 주거시설을 결합한 마르크탈은 지난 2014년 문을 연 이후 이 도시의 명소가 됐다. 방문객이 매달 100만명, 연간 1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건축물 하나가 도시의 활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게 한다.

역설적으로 로테르담의 건축적 가치는 기존 건축물의 붕괴에서 시작됐다. 유럽 최대의 항만도시였던 로테르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맹렬한 폭격으로 기존 건축물이 대거 파괴됐다. 네덜란드인들은 폐허 위 도시를 재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창조했다. 유럽의 다른 관광지와 달리 옛 양식의 건축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유명 관광지가 된 이유다.

유럽은 선조가 남겨준 문화유산으로 먹고산다고 부러워하는 시선이 많다. 이탈리아나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로테르담은 현대건축의 또 다른 가치를 보여준다. 우리 역시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서 나라를 재건했다. 그러나 차관으로 어렵게 진행하는 재건 속에서 ‘디자인’은 사치였다. 이제는 그때와는 다르다. 로테르담을 돌아볼 때다. 세계 각국은 주거환경뿐 아니라 관광과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재생과 건축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주 네덜란드의 마르크탈을 예로 들면서 이처럼 지상층을 민간에 개방하거나 특수한 외관으로 설계한 건축물에 건폐율 완화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민간사업자의 특별건축구역 지정 신청, 건축규제 개선, 건축 인허가 절차 단축 등을 담은 ‘건축 행정서비스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과거 고속성장 시대에는 건축물을 빨리 많이 짓는 것이 중시됐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며 “건축물도 안전 강화와 에너지 절약, 스마트화와 개성 표현 등을 더 요구받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건축물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변화했지만, 우리의 건축행정 서비스는 그런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또 “건축디자인에 대한 중복 심의를 폐지하고 종래의 정형을 깨뜨리는 비정형 건축물에 대해선 건폐율 특례를 인정해 창의적 건물의 등장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이런 건축정책 방향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기자가 10여년 전 대전정부청사 앞에서 만난 조달청의 한 고위공무원은 당시 ‘삭막한’ 청사 디자인을 비판하며 창의적 디자인과 기능, 품질까지 생각하는 공공건축행정이 필요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당시 조달청과 국가계약 정책에서는 건축물 총생애주기 비용, 최고가치낙찰제와 같은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런데 이런 10여년 전의 정책방향이 지난주에도 반복됐다. 여전히 잘 안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책이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세부 실천정책이 필요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발목을 잡는 제도들을 개선해야 한다. 건폐율 등 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유연한 건축행정, 제대로 된 설계대가와 공사비 등 우리 건축물에 창의를 불어넣으려면 어떤 각론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다.

 

김정석 정경부장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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