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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하 안전관리’ 적극 지원해야
기사입력 2019-09-02 07:0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땅이 꺼지는 사고는 이제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2014년 경기개발연구원 조사에서 국민이 불안을 느끼는 자연 재해 1위가 태풍이었고 2위가 바로 지반침하였다. 지반침하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고 또 불안하게 다가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땅이 꺼지는 현상과 관련해 통용되는 싱크홀, 지반 침하, 지반 함몰 등의 용어는 공학적으로는 조금씩 의미가 다르다. ‘싱크홀’은 암반이 물에 용해되어 암반 내에 생긴 공간으로 지층이 가라앉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자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석회암 동굴이 대표적 사례이지만 국내에서는 극히 드문 현상이다. ‘지반 침하’는 지하수위 저하 등으로 일정 지역의 지반이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가라앉는 현상으로 연약지반 침하, 매립지 침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에는 경남 김해의 한 산업단지에서 82개 업체가 지반 침하로 피해를 입어 감사원이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 파악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반 함몰’은 하수관 및 상수관의 손상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해 땅속에 공동이 생겨 상부 도로가 지지력을 잃고 꺼지는 현상으로 ‘도로 함몰’로도 불린다. 따라서 우리가 언론 등을 통해 접하는 땅꺼짐 현상의 대부분은 지반 침하 또는 지반 함몰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338건의 지반 함몰이 발생했다. 2015년에 비해 1.8배가 증가한 것이다. 지반 함몰은 땅속의 하수관 또는 상수관의 노후화로 인해 상부의 토사가 유실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특히 많다. 최근 5년간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하수관 손상으로 인한 지반 함몰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상수관 손상(19%)이 그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지반 함몰과 관련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노후화된 하수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으로 30년 이상된 하수관이 3만4288km로 전체 하수관의 23%를 차지한다. 2030년이면 이 비율이 40%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하수관 노후화로 인한 지반 함몰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어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지하 사고를 줄여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지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주체, 즉 인력, 예산, 장비, 조직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하시설물 관리 주체와 지자체는 체계적 조직을 갖추고 지하 시설물 안전점검 우선순위 결정 등을 주체적으로 하고 예방 차원의 대응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일반적인 지반 함몰은 지방도로에서 발생하는 도로 함몰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자체가 지하 안전과 관련한 역량을 확보하도록 법령 개정 등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둘째, 지하 사고를 막으려면 지하 시설물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하 시설물의 위치, 설치 시기, 노후도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사고 예방책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리 주체는 지하 시설물의 노후화, 지질 및 지하수위, 점검 및 보수 이력 등의 실태를 파악하여 위험도 지수를 분석하고 안전점검 우선순위 결정 등 취약지역에 대한 집중관리 계획을 수립ㆍ운영하여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와 관계기관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지하 시설물 및 지반 정보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지하공간정보를 신속히 구축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하 안전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하안전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2018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하안전영향평가 제도가 내실있게 정착하려면 협의 요청 시기를 ‘사업승인 전’에서 ‘착공 전’으로 조정하여 지하 개발사업자에게 협의와 관련한 충분한 준비시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협의 이후 허가 과정이나 공사 중에 설계, 공법 등이 변경되는 사례가 빈번함을 감안해 중요 사항에 대한 변경은 재협의토록 안전관리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넷째, 지하안전정보 시스템 운영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지하안전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지하안전정보 시스템 활용을 의무화하여 지하안전정보가 통합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지하안전정보의 등록을 의무화하여 정보의 활용 기반을 마련하고, 시스템에 등록되는 정보의 적정성을 검수하여 표준화함으로써 DB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다섯째, 체계적인 지하안전관리를 위한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이다. 컨트롤타워 조직이 정책 발굴, 제도 개선, 법령 관리, 사고 대응, 정보체계 운영 등의 업무를 총괄함으로써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지하안전법이 안전을 위한 필수과정으로 인식되도록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와 지하안전 서비스 제공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하안전관리 체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관련법이 시행된 지도 1년 정도에 불과하고 지하 시설물 실태 파악, 관리 주체의 역량 등 부족한 게 많다. 하지만 ‘시설물안전법’이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 확립의 계기가 되었듯이, 지하안전법 시행이 ‘안전한 지하’의 출발점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그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하 안전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혁기(한국시설안전공단 지반안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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