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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편한 자세
기사입력 2019-09-02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그때 참 편하게 지냈지.” 사람들은 일터에서도 보다 편하게 지낸 것을 자랑처럼 말한다. 편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불상은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오른팔은 발을 당겨 세운 오른쪽 무릎 위에 얹었고, 왼발은 오른발 옆에 댔다. 왼팔은 늘어뜨려 등 뒤 땅을 짚었다. 모자는 썼지만 눈은 감은 듯 가늘게 뜬 것처럼 보였다. 입은 모았다. 머리에는 조그마한 왕관 비슷한 모자를 썼고, 금빛 옷을 입었다. 오른 손가락은 모두 가지런히 폈으나 셋째 손가락만은 반쯤 구부렸고, 모자에 달려 있는 듯한 귀걸이가 귀를 덮었다.

5개월 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시가 있었다. 화엄경, 은식기, 보석함, 금으로 그린 경전, 반짝이는 꽃무늬 비단 직물, 손만 빨간 건칠보살좌상, 11센티밖에 되지 않는 표주박 모양의 작은 병 등 고려시대의 빛나는 유물들이었다. 전시회를 둘러보다가 ‘대흥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 불상의 편한 자세가 기억된다.

호탕불기한 표정이랄까. 무게중심을 등 뒤로 뻗은 팔에 두고, 몸을 약간 뒤로 젖힌 자태가 거리낌 없어 보였다. 이해를 돕기 위해 붙여놓은 표지에는, 이를 결기부좌 상태에서 나온 자세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갸름한 얼굴은 넓적하고 펀펀한 어느 다른 보살상과 달랐다. 그린 듯 선명한 눈썹이 초췌한 인상을 더해주고 있었다. 서구적인 용모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채 자연스레 늘어져 앉은 자태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확 풀어지게 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며 사는 것은, 어쩌면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처진 눈꺼풀은 천년을 지나오면서도 무욕허심(無欲虛心)의 자세여서 저토록 풀어진 것일까. 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한사코 편안해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편하다는 것은 긴장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박터지는 싸움터에서 비켜 서 있다는 뜻이다. 원하던 바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런 대로 허름하게 살아도 된다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할 게다. 지금을 만족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편안을 얻을 수 없지 않겠나 싶다. 꼬물꼬물 살아나는 속상한 기억들을, 분에 넘치는 욕심을 모두 생각의 저편으로 던져버릴 수 있을까. 그런 초탈의 자세를 배우지 않는 한 편함은 없다. 내게 온 화평이란 스스로 마음이 정화돼야만 찾아오는 것이다. 

 

최종(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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