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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저녁이 있는 삶’의 조건은?
기사입력 2019-09-03 05:00:26.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운송하는 믹서트럭 운전자들은 지난 2016년 ‘저녁이 있는 삶’이란 목표 아래 8ㆍ5제(오전 8시∼오후 5시 근무)를 단행했다. 3년6개월 이상 굳건히 지켜왔던 8ㆍ5제가 요즘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52시간제 의무 대상기업들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는 등 근로시간 단축이 정착되는 흐름임을 감안하면 의외다. 믹서트럭 운전자들이 올해 초 주5일 근무제 실현을 목표로 시행해온 격주 토요휴무제와도 괴리된다. 이유가 뭘까?

믹서트럭 운전자들의 8ㆍ5제 단행 초기에 건설업계 구매 담당자들이 입을 모았던 “건설경기가 꺾이면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것”이란 예견이 떠오른다. 실제 레미콘사들은 레미콘 수요처인 건설현장 급감을 8ㆍ5제 균열의 요인으로 꼽는다. 믹서트럭 운전사들의 모임인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의 내부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출 부담이 적은 60대 이상의 운전자들과 달리 자녀들이 한창 자라나는 40ㆍ50대 운전자들로선 차를 한번이라도 더 돌렸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꺾이면서 이런 바람은 더 절실해졌다. 8ㆍ5제를 지켜도 건설물량이 충분해 일일 7회 정도 운행할 수 있었던 작년 이전과 달리 지금은 수도권도 일일 운송횟수가 3∼4회에 머무는 날이 늘고 있는 탓이다. 고육지책으로 수도권 서북부권 운전자들은 최근 30분 일찍 출근해 30분 늦게 퇴근하는 ‘7.5ㆍ5.5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8ㆍ5제 흐름에 곧 동참할 것으로 기대됐던 송도권역의 기존 7ㆍ6제 근무도 3년여가 지났지만 오히려 더 굳건해졌다. 연초 단행한 수도권 일대의 격주 토요일 휴무제까지 위기다. 개별 운전기사들로선 한달 중 4~5회인 토요일의 절반인 이틀치 운송비를 포기해야 하는 탓이다. 일일 7회 운행, 회당 4만원으로 계산해도 이틀이면 56만원이다.

8ㆍ5제와 격주 토요휴무제를 지키면서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대안은 운반비 인상뿐이다. 실제 매년 레미콘사 대상의 운반비 투쟁을 통해 올려왔지만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레미콘사들도 경영위기로 내몰린 탓이다. 믹서트럭 운전자들의 모임인 전운련이 가장 고심하는 문제도 다르지 않다. 언뜻 보면 울산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민노총이 장악한 울산권의 회당 레미콘 운송비는 전국 최고인 4만5000원. 올해 들어 이를 5만원으로 올리는 투쟁도 벌이고 있다. 젊은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민노총 가입 유혹도 커졌다. 반면 노조에 대한 반감이 큰 60대 이상 운전자와 전운련 집행부는 대안으로 한노총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르면 추석 전에 매듭지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가 결실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까지 급감세인 레미콘사들은 ‘공장으로 한노총이 몰려오든, 민노총이 몰려오든 굴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권 레미콘사들이 노조의 과도한 운반비 인상 요구에 맞서 공장 문을 닫으면서 버티는 이유도 같다. 최근 만난 레미콘사의 한 원로 경영인은 “믹서트럭 운전기사들은 수십년 함께한 형제 같은 이들”이라며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공장이 있어야 저녁도 있다’는 공감대였다. 지금 기사분들도 이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강조했다.

 

김국진 산업2부장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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