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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각은 모듈화하지 말자
기사입력 2019-09-03 07:00:1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난주 건설회관에서 열린 ‘스마트 모듈러 포럼’ 행사에 갔었습니다. 포럼이 열린 중강당에는 바닥에 앉은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모듈러의 필요성, 현황, 문제점 및 제안 등에 대하여 준비를 잘해 오셔서 청중들과 좋은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건축분야는 잘 모릅니다. 어떤 분들이 오실까 궁금했는데, 젊은 분들이 확실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건축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만 오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생각을 조금 틀어서 포럼 주제의 변두리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지금 건설 생산성 문제는 단순히 인건비 절감 문제가 아닙니다. 작년에 33만명(출산율 0.98%)의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6년 전보다 출산율이 33%나 줄었습니다. 이 아기들이 경제활동에 나서기 전에 뭔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천연자원이 없는 이 나라가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이 나라는 더 이상 헬조선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젊은 부부들에게 줄 전방위적 대책을 세워야 할 기성세대들이 출산장려금 예산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구는 줄어도 인프라 수요는 계속 늘 것입니다. 삶의 패러다임이 양에서 질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대기업 취업보다 셰프나 프로게이머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건설현장에는 안 갑니다. 돈이 적기 때문이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입니다. 인내심보다는 재미있게 살라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건설산업은 국민들에게 냉엄한 선택을 요구해야 합니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것인가를 지금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이 일에 기술인과 정치인이 앞장 서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이제 그 뜻은 정확히 몰라도 모른다고 할 수 없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혁명은 개선이나 혁신과는 다릅니다. 혁명은 틀 자체가 바뀌는 것입니다. 컴퓨터나 인터넷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지금 같은 거대한 사회변화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IoT, 빅데이터, 3D프린팅 등이 가져 올 변화를 과거의 틀로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혁명입니다. 미국이나 중국이 무모하리만큼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무한 베팅 카지노판처럼 느껴집니다. 이 살벌한 투기장에 검투사로 나서는 우리 기업들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전에는 자동차 문짝에 흠이 나면 판금공이 수리를 했습니다. 지금은 문짝째로 갈아버립니다. 전자제품도 고장 난 부품만 바꾸어 납땜을 하지 않고 기판을 통째로 갑니다. 떼어낸 문짝이나 전자제품 기판은 가난한 나라로 팔려 갑니다. 그 나라에는 아직 그런 수리공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건비와 생산성의 차이가 국력을 가릅니다. 더 엄격해진 임금과 근로시간 적용에다 외국인을 차별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는 길은 기술혁명뿐입니다.

 결혼할 때 신부 측에서 신랑에게 양복을 맞춰 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부자들도 기성복을 골라 사 입습니다. 전국 패션산업 규모는 45조원(국내 건설수주액은 150조원)입니다. 지금 동대문시장에는 2만2000개의 도매상이 전국 14만여개의 소매상에 의류 신제품을 공급합니다. KAIST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딴 노창현씨는 3년 전 동대문시장에서 옷장사(패션의류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전 세계 캐릭터(장남감)시장의 규모는 200조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애어른장남감(Kidult toy)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혼밥, 혼술을 넘어 혼자 노는 문화가 대세가 되어갑니다. 모듈러하우스도 그런 추세를 탈 것입니다.

 이날 포럼에서 3D(Dirty, Difficult, Dangerous)를 스마트 모듈러로 극복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른 의미의 3D, 즉 3차원 인쇄기술도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에 유리한 업종은 패션의류업은 물론 R&D 비용, 특히 몰드(거푸집) 비용이 많이 드는 업종들입니다. 건설분야에서도 이미 상당한 진전이 있습니다. 건설산업은 현장 조립 산업입니다. 콘크리트 거푸집이나 PC를 주로 다루는 회사들이 모듈러방식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건축은 ‘점’, 토목은 ‘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모듈러건물로는 현재 싱가포르에 40층짜리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6층까지 올라갔습니다. 중앙부 교각간 거리가 가장 긴 다리는 일본 아카시대교로 2km에 달합니다. 한국에는 1545m의 이순신대교가 있습니다.

 토목은 현장맞춤형 기술이어서 모듈화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건축은 ‘높게’, 토목은 ‘길게’라는 오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게 혁명이 아닐까요. 우리 젊은이들의 엉뚱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건설산업에서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신나게 일하고 대박 내서 유니콘기업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생각을 모듈화하면 개선이나 혁신은 되지만 혁명은 안 일어납니다.

 

이순병(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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