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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복장(腹藏)
기사입력 2019-09-05 07:00:1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광활한 대지는 잠시 눈곱만한 문을 열어 이쪽의 생명체를 끌어당긴다. 나고 멸하고, 멸하고 나는 것이란 우주의 작은 틈새가 잠깐씩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는 현상이리라. 사람들은 그러한 줄을 잘 알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흘깃거리며 딴청피기에 익숙하다. 그래서 세상엔 시시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집안에 우환이 몰려와 기를 못 펴던 어느 날, 언니가 팔을 잡아끌었다. 다니는 사찰에서 아기부처를 모시는데 동참해보라는 것이다. 그게 뭐냐 하니, 등잔만한 부처에 개인이름을 달아 불공드리는 거란다. 잘 알 수 없었지만 응하기로 하자, 신도회 총무는 당사자인 아이들 사주와 다섯 가지 곡식을 주머니에 넣어오라 한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정해진 날짜에 절집으로 향했다.

한데 미리 복장을 다 마쳤다 한다. 무슨 말인가 의아해하자, 부처님 배안에 넣을 것 다 넣어서 닫아 모셨다는 설명이었다. 그 의식이 어떠한 것인지 보아두고 싶었던 나는 내심 실망했다. 불공보다는 지적 호기심이 더 작용한 탓이었다.

  그러한 사실이 잊혀져갈 즈음,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가족들 앞에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하셨는데 느닷없는 이별이 찾아온 것이다. 청천병력 같은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간 형제들은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때 넋 나간 10남매들 틈에서 언니가 중얼거렸다.

“무슨 꿈들 안 꿨어?”

“글쎄, 뭔 꿈을 꾸었더라?”

나는 일어설 기력도 없이 간밤의 꿈자리를 더듬어나갔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뇌의 회전, 그러다가 섬광처럼 스치는 한 토막이 있어 뇌까렸다.

“아, 맞다. 복장! 딱 그거네.”

내 입에서 토해진 말에 스스로가 놀랄 지경이었다. 어머니 세상 뜨시기 하루 전날 밤의 꿈이다. 누군가 내게 거북이 모형 두 개를 들려줬다. 그러더니 다시 빼앗아 조금 큰 것의 배를 열고 작은 것을 쏙 집어넣은 후 ‘따그닥’ 소리가 나게끔 닫아버렸다. 그러자 작은 거북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는 순식간에 당한 일이 너무도 서운해서 망연스레 서 있었다.

“딱 그거네! 아버지한테 가신 거.”

“……”

어머니는 그렇게 아버지의 봉분을 열고 나란히 누우셨다. 잠시 땅이 열려 그 안에 드셨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게 되는 어떤 이치들로 인해 한 차례씩 움찔 놀랄 때가 있다.   

 

김선화(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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