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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채 디플레이션
기사입력 2019-09-05 07:00:15.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이란 물가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여, 채무상환에 부담을 느낀 가계나 기업이 보유자산을 서둘러 매각하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1930년대에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가 미국 대공황을 설명하면서 만든 이론이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불황 시기에 부채 부담은 은행대출 상환을 늘리고 다시 통화량 감소, 자산가격의 추가 하락, 파산, 실업. 신뢰 하락, 가계와 기업의 자금 비축, 디플레이션 등의 순환 고리를 만든다.

  경제학자들은 부채 디플레이션을 경제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로 보고 있다. 특히 자산가격 버블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위기를 가장 우려한다. 역사적으로 1930년대 대공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한국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있었다.

  1930년대 대공항이 발생한 이전의 20년대 동안, 미국의 부(富)는 갑절로 증가하였다. 냉장고와 자동차 같은 대량소비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자산이나 주식 매입 시 계약금 10%만 내면, 은행이 나머지를 대출해 주었다. 당연히 공급과잉과 자산 버블이 커졌다. 뒤늦게 미 연방준비제도는 이자율을 올렸지만 이미 늦었다. 가계와 기업이 부채청산을 하면서 출혈 투매, 동시다발적 대출 상환, 통화량 축소, 자산과 기업가치 하락, 주가와 이윤 폭락, 파산, 생산 무역 고용의 축소, 신용 붕괴, 가계와 기업의 자금비축 현상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

  일본의 1990년대 초 잃어버린 20년도 자산 디플레이션과 산업 공동화가 원인이었다. 버블이 꺼지면서 자산이 3분의1로 줄었다. 특히 플라자 합의로 엔화가 절상되자 수출은 경쟁력을 상실했다. 제조업이 해외로 이탈하면서 자산 디플레와 산업 침체로 장기 불황이 시작되었다. 당시 도쿄 주택토지가격이 60%나 무너졌다. 이때부터 실업 증가, 출산율 하락, 만성적인 국채발행으로 경제를 유지하는 상황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중국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수출이 제한되면서 생산과잉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생산 확장에 필요했던 부채가 이제는 부담이 되어 상환을 위해 자산을 싸게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 인구 감소로 인해 내수시장이 제한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각국에서 디레버리징(부채축소) 현상이 발생하면서 불황이 계속되었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모기지 사태가 촉발되었고, 각 금융기관은 모기지 자산을 서로 처분하려 했으나 구매 주체는 이미 사라졌다. 유동성 부족과 모기지 가치 산정까지 힘들어지면서 부채 디플레이션이 확대되었고 결국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2008년 금융위기와 1997년 외환위기에 부채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30% 정도 하락하였다. 불황 속에서 높은 가계부채는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가계대출은 올 2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4.1% 증가하여 2018년 GDP(3.0%), 가계소득(3.9%), 민간소비(2.8%) 증가율보다 높다. 올 2분기에 1467조원으로 조만간 15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침체 속에 자산가격은 하락하는데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으면 실질적인 부채 무게는 늘어난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70%인데 미ㆍ중 무역전쟁 등으로 수출이 줄고 있다. 내수도 인구 감소와 실업률로 취약해지고 있다. 저성장과 저물가의 동시 발생은 가계의 소득창출을 제한하고 부채상환도 어렵게 한다.

  지방은 이미 자산 디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올 5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가 부산은 -5.59%, 인천 -1.00%, 울산 -8.83%, 세종 -3.65%, 경기 -5.6%, 강원 -8.42%, 충북 -9.71%, 충남 -4.85%, 전북 -4.95%, 경북 -7.89%, 경남 -8.13%, 제주 -3.11% 등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 현상은 인구 감소로 인해 계속될 전망이다.

  대책을 정리해보자. 가계와 기업은 감당할 수준으로 부채를 줄일 필요가 있다. 불황 때에는 수익성이 내려가고 실질금리는 상대적으로 오르기에 미리 부채를 줄이는 전략이 중요하다.

  인구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방은 부동산 공급을 줄이고 기존 자산을 재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채 디플레이션을 줄일 수 있다. 수요가 있는 서울과 수도권은 공급을 늘려 지나친 가격상승을 막아야 한다. 소득 대비 적절한 가격 유지만이 향후 부채부담으로 혹시 생길 자산투매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이 오른다고 분양가상한제 같은 가격 통제, 대출 규제, 세금 부과 같은 정책으로 묶어두면, 향후 더 가파르게 가격이 오르는 잠재력만 숨기는 꼴이 된다. 결국 부채 디플레이션 위험만 높인다.

  부채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한 곳에 충분한 공급으로 가격 상승을 막아 부채 부담을 낮추고, 수요 없는 곳은 추가 공급 없이 기존 자산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최민성(델코리얼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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