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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기연장 간접비 제도의 지난한 정착과정
기사입력 2019-09-06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공기 연장으로 인한 간접비 보상 제도는 국가계약법령 제정 이전의 예산회계법 시절부터 있었으나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은 드물었다. 그러다 1995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시 A공사의 간접비 미지급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후 업계의 간접비 요구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발주기관들은 ‘전례가 없다’, ‘예산이 없다’ 등을 핑계로 좀처럼 인정하지 않았고 시공사들도 유대(갑을)관계 상 대체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드물게 인정하는 경우에도 규정과 다른 방식, 항목으로 타협하여 전형적인 선례는 남지 않도록 하였다.

 1995년 8월, 공정위가 간접비 미지급에 대해 주요 발주기관에 연속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정착되지는 않았다. 2001년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도 부과하며 제재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발주기관들은 법적 투쟁을 하면서 한편으로 계약특수조건에 청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었고, 현장에서는 간접비 포기합의서를 받거나 포기를 종용하는 방식으로 공기 연장 간접비를 지급하는 데 인색하였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공정위는 2001년 4월 B공사의 간접비 미지급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B공사는 이미 1995년 8월에 같은 내용의 시정명령을 받은바 있었다. B공사는 불복하여 법원에 공정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모두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5. 1. 20 선고 2001누16295 판결, 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5두2773 판결). 당시 B공사는 “시공사가 간접비용을 산출하여 신청하지 않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시공사에 사실상 간접비 청구를 포기하게 하거나 또는 포기동의서를 제출토록 한 것을 부당행위로 판단하였다.

  B공사는 계약특수조건에 간접비 지급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었다. 즉 일단 실비산정 기준대로 산정하되, 도급내역서상의 일 평균 간접노무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여 실투입비 대비 인정 금액이 대폭 줄었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다른 발주기관들은 거의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적게나마 지급해 주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B공사는 2018년 2월 말 특수조건을 개정하여 위 규정을 삭제하였다. 공교롭게도 감사원이 주요 발주기관들의 부당행위를 적발하여 발표하기 한 달 전 무렵이다.

  근래의 사례로, 2015년 말 공정위는 C공단이 이전에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공사들로부터 간접비 포기동의서를 받은 것에 대해 그 의도 및 목적이 상당히 고의적이라며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당시 공정위는 지방공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도 함께 지적하였는데, 60일 초과 일수에 대한 지연보상금 미지급, 기성금 지급지연에 대한 이자 미지급에 대하여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2018년 10월 말 대법원은 장기계속공사에서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을 문제 삼아 사실상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를 부정하는 판결을 하였고,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의 당사자들은 물론 청구를 준비하는 업체들도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에 업계와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국가계약법 개정을 통한 문제 해결이 시도되고 있으나 낙관하기 어렵다.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지급과 관련한 법령과 계약예규는 처음부터 명확하였으나, 그간 실무에서 제대로 지급받기까지는 참으로 어려웠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는 공공발주처가 비용 통제(예산 절감, 국고손실 방지)를 최우선시하여 증액 사안이라면 일단 소극적으로 나오는 데다 감사원 역시 오랫동안 비용 통제 위주의 감사에 따른 결과이다.

비록 공정위 같은 감독기관들이 나서 공정한 계약 이행을 주문하여 왔으나 간헐적이고 간접적인 효과에 머물렀다. 반면 최근 대법원은 이정표가 되는 사건에서 ‘선공후사’를 앞세워 발주기관 친화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실무와 맞지 않는 논리로 잘 수긍되지 않는다. 간접비 분쟁이 현재도 전국의 각급 법원과 중재원 등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국가계약은 일반 사인 사이의 계약과 달리 예산 절감 못지않게 계약이행 결과의 건전성과 품질 및 안전의 확보 등 공공 일반의 이익까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3다23617 판결). 부당한 희생에 터잡은 예산 절감이 정의에 앞설 수는 없다. 시장은 약자가 그 부담을 떠안는 방식으로 반응하고 이는 연쇄 부실과 비리를 조장하게 된다. 하도급 및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계속 강화되어 왔지만 원도급이 부실하면 별 의미가 없다. 적정공사비가 화두가 되는 이유이다.

  반복되는 간접비 논쟁을 끝낼 수 있는 해결책은 결국 관련 법규 정비와 시스템의 개선이다. 계약법령의 개정을 통해 공기 연장과 관련된 계약금액 조정 기준을 명확하게 하여 자의적 해석과 부당한 적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공공계약에도 부당특약 실무 기준을 마련하여 개별 특수조건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감사원 감사 방향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들은 건설인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가능하다. 단기간에 해결될 일은 아니나, 해묵은 과제들을 이제는 풀어야 한다.

 

이은재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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