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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원전 정책과 울진 주민의 눈물
기사입력 2019-09-09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는 전기가 누군가의 아픔을 전제로 하는 것을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공론화가 한창 진행될 때, 건설 중단 측에서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한 자료집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도시인들이 전기를 편안히 사용하는데 책임을 지역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이다.

  원래 전기는 다른 에너지와 달리 생산지와 소비지를 분리시킨 것이 특징이다. 석유나 가스는 태우는 곳에서 에너지가 발생되고 사용되지만 전력은 생산지에서 생산하고 송전선을 타고 소비지로 이동하는 에너지로 설계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아니라면 대도시는 불가능한 것이다.

  탈원전 측이 주장하는 논리는 전력의 문제를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와 교차시켜 합리적 판단을 못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였다는 것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서도 건설 재개에 대해 지역주민의 찬성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았다. 지금 울진군민들도 하나같이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원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2월에 이미 산업부로부터 사업허가를 받고 건설 중인 사업이었다. 부지 매입을 대부분 끝냈고 터파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한기와 종합설계 용역 계약이 맺어졌고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등 주요 기기의 제작에 착수하였다. 그런데 공정률 약 30%에서 건설이 중지되었다. 건설 재개도 중단도 아닌 중지이다. 한수원이 집행한 비용만도 1,539억원이고 창원에서 제작 중인 주기기를 고려하면 1조원 이상의 매몰비용이 예상된다.

  우리 산업의 생산기지인 창원에도 문제가 생겼다. 2020년 신고리 5·6호기 주기기를 납품하고 나면 두산중공업의 세계 최대의 단조공장은 일거리가 없어진다. 두산중공업의 460여 협력업체도 같은 운명이다.

  하루아침에 정책이 돌변하는 것을 이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겠는가. 이것은 피해자에게는 청천벽력이고 재난이다. 며칠 전 창원에서 개최된 워크숍에서 한철수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 에너지 정책 변화로 지역 원전 기업들이 일감절벽으로 생존마저 위태롭다”고 밝혔다. 곽소희 창원시정연구원 경제연구실 실장은 “정부 에너지 정책 변화는 원전 대기업,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창원지역 상권, 고용, 투자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진호 경남신문 부장은 “창원시 원전 협력업체들이 대출을 받아 증설한 기계설비가 일감이 없어 가동을 중단한 지 오래다”며 “중단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협력업체들이 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청와대에 초청된 한철수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요청은 대통령에 의해 한마디로 거절되었다. 현황이라도 좀 알아보시지….

  원전 건설로 인하여 기대되던 울진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건설인력을 수용하기 위하여 빚을 내어서 지은 원룸은 텅 비어 있다. 비가 새도 고치지 않는다. 고쳐도 임대가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울진은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울진 원전은 서울시민의 심장이다. 고리, 월성, 영광 원자력발전소의 전력은 상당 부분 해당 지역에서 소비된다. 그러나 울진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은 상당 부분이 수도권으로 송전된다. 통일을 대비하여 북한으로 갈 전력도 아마 울진 원전에서 생산될 것이다. 조용히 대한민국 에너지 타운의 비전을 가꾸고 있던 울진군은 이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건설 중이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지됨에 따라 7년여간의 건설과 60년간 가동에 대한 발주법(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관한 법)에서 보장된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울진군 세수의 63%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므로 울진군은 미래 재정계획을 완전히 새로 세워야 할 상황이 되었다. 또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전제로 한수원과 합의한 사업 또한 공중에 떠 버렸다. 도로의 건설 등이 연달아 취소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길이 끊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울진군수, 군의원, 지역 국회의원, 재경울진향우회 회장 등 수백명의 울진군민이 산업부에서 청와대까지 일주일간 릴레이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주민의 눈물은 이 정부의 언론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던 김대업 총무는 ‘건설 재개’를 유언으로 남기고 자살하였다.

  지금 울진은 너무나 조용하다. 나는 ‘탈원전 정책은 울진군민의 눈물을 밟고 서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정범진(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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