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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눈물 듣기
기사입력 2019-09-09 07:00:1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이게 무슨 소리인가. 어렴풋한 잠결인데 귓속으로 음향이 흘러든다. 무시하고 잠을 이어보려 하지만 머릿속이 말짱해져 간다. 의식의 모서리를 스치는 저 음향. 눈을 감으면 선율 같기도 하다가 눈을 뜨면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도 같다.

자정을 넘긴 지도 한참인 이 시각,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개수대에서 떨어지는 수돗물 소리인지, 홈통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인지, 벽 건너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톺아보아도 짐작할 수가 없다. 하나 분명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귀를 열고 더듬이를 세워 주변을 탐색한다. 주방은 고요하고 창밖엔 비가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개수대도, 홈통도 아니다. 화장실까지 살펴보아도 별 이상이 없다.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면 이리 선명하지도 않을 텐데,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다시 자리에 눕는다. 여전히 소리는 들려온다. 귀가 더욱 예민해진다. 도통 모르겠다. 차라리 소리에 귀를 맡겨두자. 오늘 밤은 그냥 저 소리로 밤을 새워볼까. 운율 삼아 느긋이 즐기는 편이 낫겠다.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한데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같고 느려지는 것도 같다. 탁하기도 하고 때론 투명하게도 들린다.

생뚱맞게도 소리는 차츰 옛 기억들을 불러들인다. 기억의 갈피엔 울음과 눈물이 스미어 있다. 눈물이 소리를 내면 울음인 게지. 소리 안에 눈물이 숨어있었단 말인가. 결국 소리는 울음을 끌어온다. 그리고 울음은 다시 되돌려 눈물을 불러들인다. 귀로 눈물 소리를 듣고 있었단 말인가.

이젠 구태여 찾지 않으련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기보다 소리에 묻히는 게 더 낫겠다. 소리는 울음이 되고 다시 눈물로 바뀌어 의식의 켯속으로 스며든다. 지난 삶의 편린들이 귓속에서 웅얼대니 앙가슴이 먹먹해진다. 눈물은 가슴의 서늘한 감각이자 똬리를 튼 감정의 결정체이지 않은가.

출처 불명의 소리, 등뼈를 세우고 귀를 벼려 그저 눈물을 들을 따름이다. 그래, 생의 갈피에 숨어 있는 소리일는지도 모른다. 실제의 소리가 아니라 무의식의 저편에서 떨어지는 소리려니 여겨야겠다. 가끔 흘리는 눈물에서 그 답을 찾아보련다. 존재의 비의가 담긴 그 눈물의 뚜껑을 이젠 열어보고 싶다. 눈물은 죽음 쪽보다는 삶 쪽으로 떨어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태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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