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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진 특수공법 '씨' 마른다
기사입력 2019-09-10 05:00:08.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재난공제회 산하 심의위원회, 6개월간 11건 중 2~3건만 통과

합리적 기준 없이 결과 오락가락

한번 반려되면 타 공사서도 배제

설계사 "검증 받으려다 사형선고"

 

 

학교시설물 내진보강사업에서 신기술ㆍ특허 등 특수공법(특정공법)의 씨가 마르고 있다.

지방 교육청의 공법심의를 일부 대행하는 교육시설재난공제회의 ‘특정공법 죽이기’식 심의기준과 폐쇄적인 운영방식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 따르면 학교시설 내진보강 공법심의위원회는 지난 3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8월 말까지 6개월간 7번의 회의를 열어 11개 학교에 대한 내진공법 심의를 진행했다. 심의대상 학교 수로 보면 월평균 1.8개꼴이다.

위원회는 특수공법 선정을 둘러싼 잡음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시설 중앙관리기관인 공제회가 만들었다. 특수공법을 적용한 내진보강 설계의 적정성을 심의할 전문가, 특히 지역의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게 위원회 구성의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전체 11건의 심의대상 학교 중 8건(72.7%)이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 교육청 소속 학교들이다.

<건설경제>가 국가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말까지 학교시설물 내진보강 공사는 총 183건이지만 특수공법이 적용된 공사는 23건(12.6%)에 머물렀다.

학교를 포괄한 전체 내진보강공사 2건 중 1건꼴로 특수공법을 적용하는 흐름과 반대다. 2017년 학교시설 내진보강공사에서 특수공법으로 적용된 ‘댐퍼’ 일부가 부실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개된 후 일선 교육청이 기존의 일반공법을 선호하기 때문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그러나 특수공법 위축의 결정적 계기로는 내진공법심의위원회 출범이 꼽힌다. 위원회는 특수공법을 적용한 내진보강설계 가운데 성능입증 및 검증보고서를 보유한 공법에 한해 심의한다. 실물실험을 통한 구조실험이라는 성능 입증절차만 해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이를 거친 후에도 교수진 위주의 내진공법심의라는 또다른 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본지 확인 결과, 전체 11건 가운데 심의를 통과한 특수공법은 2∼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진행된 경기 평택의 덕동초와 비전초 교사동에 대한 내진보강설계에는 국내 1∼2위사의 특수공법이 적용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특수공법 심의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설치한 내진공법심의위의 심의 결과마저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심의’란 비판도 쏟아진다.

위원회 관계자는 “심의 결과가 특정업체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심의 기준이 오락가락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A사 공법의 경우 세 차례 심의 결과가 모두 달랐다. B사의 특수공법도 두 차례 심의에서 ‘조건부 가결’과 ‘반려’라는 상반된 결과를 통보받았다.

A사 대표는 “기존 심의에서 ‘이상없다’고 검증받은 부분이 다음 심의 때는 ‘문제있다’로 반려되는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심의기준 없이 심의위원에 따라 결과가 오락가락한다”고 꼬집었다.

내진공법심의위에서 한번 반려된 공법의 경우 해당 교육청이 다른 공사에서도 적용을 배제하는 ‘확대 해석’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C사 대표는 “공법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진파 적용기준’과 같은 대전제에 대한 시각 차 때문에 반려된 경우에도 설계사들이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앞으로 이 공법은 빼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돈과 시간을 들여 공법 검증을 받으러 갔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오는 격”이라고 호소했다.

지방교육청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해주는 대체 심의기관으로 출발했지만 사실상 의무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교육청에서 특수공법을 채택하려 해도 감사 등을 의식하는 탓에 내진공법심의위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어차피 내진공법심의위에 올라가도 대부분 반려되기 때문에 요즘엔 아예 올리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올해 초 특수공법을 일반공법과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취지 아래 ‘학교시설 내진성능평가 및 보강 매뉴얼’도 개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선 행정이 ‘특수공법 죽이기’로 운영되면서 정작 기술투자를 한 기업들은 외면받고, 일반공법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형기자·나지운수습기자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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