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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에필로그] 文정부의 SOC 예산 확대는 예고된 행보였다
기사입력 2019-09-10 07:00:0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문재인 정부가 내년 22조3000억원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매년 4.6%씩의 SOC 예산 확대를 예고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부 기류가 확연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청와대에서는 ‘SOC 투자는 할 만큼 했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SOC 예산 축소는 바뀔 수 없는 시류처럼 보였다. 특히, ‘토건 경기부양’을 경계하는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자 건설업계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그랬던 기류가 작년 8월을 기점으로 확연히 바뀌었다. 청와대가 내놓은 이유는 ‘생활 SOC’와 ‘지역균형발전’. 하지만, 민간투자사업 활성화까지 들고나오면서 정부가 가리키는 목표는 명확해졌다. 국가가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건설사 임원은 “참 의외의 행보”라고 말했다. 소위 ‘좌파 정부’가 건설에 돈을 푸는 것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행보는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소위 ‘좌파 정부’는 케인스주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케인스는 경제를 경제 자체의 도구에 맡겨두면 완전고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고전파 경제학을 배격하고, 정부의 개입이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1930년대 대공황을 끝낸 건 뉴딜정책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었고, 따라서 일등공신은 케인스나 루스벨트가 아닌 히틀러라는 농담이 있지만, 사실 이 농담에는 뼈가 있다.

1차 대전에서 패해 배상금 부담을 지고 있던 독일 국민은 연합군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었다. 눈치 빠른 케인스는 직접 베르사유로 찾아가 “독일을 너무 짜내면 소련하고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배상금을 삭감해주지 않았고, 결국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입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장고 끝에 미국이 참전했다. 미국 정부는 군수산업을 일으키고 생산시설을 완전 가동했다. 동시에 실업자를 군인으로 동원했다. 이에 따라 1939년부터 경기가 회복됐다. 유럽도 상황은 엇비슷했다. 완전고용을 이뤄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불리운 1950년대 유럽의 복지국가와 미국의 ‘황금시대’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전시통제 경제의 경험을 활용한 것이었다.

감히 예고하건대 앞으로 건설업계를 향한 정부의 ‘통제’는 시장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의 투기를 억누르는 동시에, 공공 시장에서 정부는 건설업계를 평가하고 심사하고, 규제하려 할 것이다.

정부의 SOC 예산 확대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번 정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달’이 단순히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통제의 주체인 청와대가 건설을 너무 모른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케인스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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