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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법개혁과 진영논리의 장관 인사
기사입력 2019-09-10 07:00:08.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우여곡절 끝에 새 법무장관이 임명됐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논란은 후보자 개인의 흠결에 눈감은 ‘개혁’ 명분의 진영논리가 마무리했다. 후보자 지명 전부터 과연 청와대 민정수석을 연이어 법무장관에 임명하는 것이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통상 청와대로 지칭하는 정권과 검찰, 그리고 법무장관의 삼각관계를 어떻게 조율하여 이들에게 헌법이 부여한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면서도 조화를 이룰 것인가이다.

 지난주에 열린 청문회는 충분한 준비 시간이 있었지만 참여 국회의원들의 질의 내용은 너무나 빈약했다. 대부분의 질문과 주장이 언론매체에 등장했던 후보자 자녀 문제에 집중됐고, 모욕주기로 야당의 울분을 해소하는 데 그쳤다. 사법개혁 적임 여부에 대한 관심은 마지못해 지나가듯 끼워 넣어, 후보자의 틀에 박힌 견해를 유도하는 데 그쳤다. 안 그래도 진영 논리로 양분된 한국의 ‘정치 과잉’ 사회심리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고, 지명자의 적격성에 대한 판단은 ‘제 눈에 안경’이 됐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국회의 인사 검증은 자녀 문제와 개인의 전력 및 경제 문제 등 사적 영역 중심으로 이뤄졌다. ‘큰 흠집 없으면’ 넘어가고, 어느 정도 흠집이 있다 해도 임명권자가 정치적 판단에 의해 임명을 강행한 뒤에 당사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식의 행보를 보였다. 사실상 정권 차원의 정치적 임명을 견제할 장치는 없는 셈이다. 물론 정당의 존재 이유는 정권 획득에 있다. 이는 법치사회의 민주 및 시장 체제에서 정당의 정권 경쟁 과정이 곧 국가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믿음과 경험이 낳은 제도다. 정권은 소신껏 정치를 하고,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보편적 선거를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정권의 정치 행위와 유권자의 판단 간에 마치 수험생과 평가자 같은 독립적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권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정책적 노력과 함께, 현대사회의 특징인 매체와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유리한 여론 조성에 전력투구한다. 현대 한국 정치사를 훼손했던 인위적 지역감정, 좌우의 극단적 대립, 진보와 보수의 갈등 모두가 본질이 아니라 정권 이익을 위해 조장된 허구였다. 정권에 유리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7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우리 사회가 이념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진보와 보수라는 고질적 대립구도의 올가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법무장관 지명 이후 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국론을 양분 시켰던 이번의 인사 과정은 결국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끝났다. 사법개혁이 절박한 만큼,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적임자를 임명했어야 옳다. 법무장관 개인과 제도 개혁을 등식화할 수는 없다. 근본적 질문은 정권 차원에서 희망하는 개혁과 국가를 위한 제도적 개혁의 일치성 여부다. 굴곡진 현대 한국 정치에서 사법부는 정권의 무소불위적 권력 행사를 가능하게 했던 ‘권력의 시녀’였다. 진보성향의 정권이라고 해서 정권 유지의 유혹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정권 유지의 욕심도 비례해서 커진다. 현 정부의 정책과 ‘정의로운’ 희망이 헌법 정신과 괴리를 가져올 수도 있는 맥락이다. 과연 정권 내부에서 생성되는 ‘정치적 힘’을 사법제도가 견제할 수 있는가는 삼권분립의 근간이며,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청와대의 민정수석 직책은 정권 이익 관리의 핵심부서 중 하나다. 현 정부에서 정권 관리업무를 맡았던 지명자가 그토록 강조했던 사법개혁을 위해 현 정권의 ‘정치적 계산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당수 검찰 구성원이 검찰 권한 축소에 반발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라는 부담으로부터 신임 법무장관이 심리적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도 우려된다. 이는 지명자 개인의 의지나 철학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현실을 관통하는 합리적 의구심이다. 개인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절대적 반대에 봉착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여권의 안이한 ‘정치공학’적 접근이나,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인 자녀 입시 문제를 이용해 결판을 보려했던 야권의 사고방식 모두 안타깝다.

 사법개혁을 위한 법무장관 인사의 관건은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사법개혁의 주무를 담당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사법개혁을 위한 정면 돌파’라는 명분으로 정권 차원에서 선택한 인물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우리 사회를 멍들게 했던 진영논리에서 다시 한번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후보자 개인의 결함에 집착할 것이냐, 사법개혁을 택할 것이냐’라는 양자택일의 강박증은 정권 차원에서의 장관 인사를 위해 가장 손쉬운 정당화 논거를 제공한다. 이번만은 사법개혁이 정권 차원의 이익추구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고, 헌법정신과 공정한 사회의 구현에 작은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승렬(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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