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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한낮의 수다
기사입력 2019-09-10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인과 오래 통화를 했다. 그 이의 얼굴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으련만 그녀의 건강이 예전만큼  좋지 않은 데다 나 역시 그런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아 아쉽게나마 전화로 그간의 적조함을 달래야만 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오랜만의 통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간의 간격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마치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흔연스럽게 서로를 염려하고 그동안 사는 형편들을 물었다. 그녀는 대인관계가 넓어 그만큼 주변 사정들을 잘 알고 있었다. 자분자분 풀어 놓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도 있었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었다.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그녀가 전해 준 이야기 가운데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두 명의 젊은 작가의 죽음은 적지 않은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안겨 주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권력이 되는 세상에서 그들은 작가의 자긍심만으로는 살기가 버거웠을 것이다. 차라리 작가라는 자긍심이 없었더라면, 자존감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긴 이게 꼭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이 물신의 세상에서 가진 것 없이 맨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는 것은 지난함을 넘어 두려운 일이다. 그러니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세상이 자본에 휘둘릴수록, 갈수록 자본이 인간 위에 군림할수록, 나는 문학작품의 필독을 권한다. 작품 속 인물들의 갈등과 고민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사유를 통해 우리는 위안을 받거나 삶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게 문학작품이 갖는 힘이고, 작가의 존재 이유이다. 한데 그런 작품을 써야 할 작가들이 세상의 버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저버리다니. 게다가 지인은 새롭게 조성된 한 신도시에서 사는데, 주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친구들이 나뉜다고 한탄했다. 기실 이런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이야기이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그 차별의 내용이 더 구체적이고도 끔찍하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다양한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소통하는 법과, 공감력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창의성을 길러야 할 텐데, 아파트 평수와 형편에 따라 계급과 서열을 정하고 스스로를 분리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할까. 과연 차별부터 배운 그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그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건강한 관계 속에 밝은 미래가 있다고.

 

은미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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