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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슬퍼할 권리 - 노혜경
기사입력 2019-09-10 07: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추석이 다가오면 마냥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 동네가 모처럼 풍요롭고 넉넉하고 생기 넘치고 거기다 새 옷과 송편 먹는 일이 더 좋았던 기억이다. 어릴 적 이야기다. 나이 들며 추석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도 있었다.

그나마 아버지 돌아가시고 시골집이 텅 비어 버리자 말 그대로 고향이 고향 같지 않게 변해 버렸다. 시골 동네에 공장이 들어서고 낯선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느새 이방인이 되고 실향민이 된 느낌이다. 친척이 있어도 요즘 세상엔 불편할까 봐 아예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온다.

그 추석날 고향 아닌 극장을 찾는다는 것이 벌써 슬픈 느낌이다. 슬픈 영화를 보며 내 슬픔을 보태 눈물범벅이 되는 날이라니. 그동안 속 시원하게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니. 이미 그 안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살다 보면 만나게 되는 슬픔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가만 따지고 보니 나는 그렇게 극장에라도 가서 울 수 있는 권리마저 없었다. 언제 내 슬픔에 내가 취해 마음 놓고 울어 젖힐 수 있으려나. 올 추석도 괜히 나 스스로는 까맣게 잊고 바쁜 겉모습만 남겨놓을 것 같다.  

 

배준석(시인, 문학이후 주간)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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