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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노을과 철새
기사입력 2019-09-11 07:00:1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며칠 전에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지오그래픽 사진전’을 관람했다. 초록별 지구의 곳곳에서 찾아낸, 주제가 있는 사진들은 신비롭고 아찔하기까지 했다. 생활 쓰레기, 플라스틱 등의 심각한 오염이 자연 생태계를 서서히 파괴시키는 사진들은 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두렵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 작품도 있었지만 옛 정서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노을이 곱게 물든 강변의 하늘가로 수십만 마리의 두루미들이 떼 지어 날아들고 물가에 내린 철새들은 목을 길게 늘이고 자태를 뽐낸다. 이 철새들은 북극으로 이동하기 위해 이곳에서 체력을 만드는 중이란다. 작품은 멕시코와 미국의 남부를 떠나 북극으로 돌아가는 두루미들이 쉬어 가는 중간 지점으로 짐작된다. 제목은 ‘대장정을 준비하는 철새’다. 그 풍경에 이끌려 나는 눈을 떼지 못하고 노을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간다.

어릴 때 친구와 둘이 마당가에 앉아, 날이 가물어 유난히 붉은 노을을 바라본 적이 있다. 나는 들에 일하러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그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하나 옆에 있던 친구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그는 저녁노을을 보는 것이 싫다고 했다. 노을을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고 하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사금파리로 땅을 긋기만 했다. 아름다운 풍경도 누군가에겐 슬픔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할머니가 된 지금도 그 친구는 같은 얘기를 한다.

몇 해 전, 충남 서산의 버드랜드를 찾아 갔었다. 서산 농장의 추수가 끝나지 않은 때라서 철새를 직접 볼 수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건물 안에 진열된 기러기 종류와 그곳의 텃새, 그리고 새들이 밤에 비행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얻고 왔다. 철새 도래지가 오래 유지되려면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오래잖아 천수만의 가을도 깊어가고, 해마다 날아오던 철새들도 다시 올 것이다. 전시된 사진 속의 풍경이 아닌 실제의 노을과 철새를 찾아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다.이순금(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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