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홈 뉴스
[시론] 함께 만드는 ‘지진에 안전한 대한민국’
기사입력 2019-09-11 07:00: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미국의 유명한 물류회사 페덱스(Fedex)에는 ‘1:10:100의 법칙’이 있다. 개발 단계에서 문제점을 찾아내 미리 해결하면 1의 비용밖에 들지 않지만 생산 단계로 넘어간 후 뒤늦게 고치려면 10의 비용이 들고, 불량품이 시장에 팔려나가 고객의 항의가 들어오면 100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진 대비도 마찬가지다. 지진은 한 번 발생하면 인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발생 후에 수습하는 것보다 발생 전에 미리 대비하여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1978년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 2016년 9월12일 경주에서 발생하여 23명의 부상자와 110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2017년 11월15일 또 한 번의 강력한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하여 135명의 인명피해와 85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비록 포항 지진이 경주 지진에 비해 피해는 컸지만 경주지진 때와 달라진 점은 분명히 있었다. 지진에 대한 대응 능력이 강화된 것이었다. 경주 지진 이후 정부는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지진 관련 정책을 개선하고 운영해 왔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지진은 일본 등 특정 국가의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여겨졌으나, 연달아 일어난 큰 규모의 지진은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일깨웠고, 지진이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에서는 9ㆍ12지진을 계기로 지진방재대책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선진국 수준의 지진 대응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16년 12월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수립하였다. 그 후 포항 지진을 겪으면서 종합대책에서 다루지 못했던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는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2018년 5월에 발표하여 추진 중이다.

  두 차례의 지진을 통해 특히 많은 피해가 발생한 민간소유 시설물의 내진성능 확보를 위해 내진성능을 확보하면 국세・지방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를 마련하고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대상 확대, 건축물대장에 내진설계 여부 표시,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2016년 43.7%에서 2018년 62.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내진 성능이 확보된 민간 건축물의 비율도 2015년 6.8%에서 2018년 12.2%로 증가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도 정부의 정책에 맞춰 2018년 4월 ‘국가내진센터’를 설립하여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먼저, 민간의 자발적인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검증을 거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제는 내진성능 평가 및 인증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금년 3월부터 시행 중이다.

  그리고 부실한 내진성능 평가를 예방하기 위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정밀안전진단 대상 시설물에 대해서는 내진성능 평가 보고서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 정밀안전진단 대상이 아닌 시설물에 대해서는 시설물 소유자가 희망하는 경우 내진성능을 평가하거나 평가 결과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해 주고 있다.

  또 기존 시설물의 내진성능 평가요령을 마련하여 실제 평가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자들이 쉽게 내진성능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밖에도 국토교통부 소관 SOC 시설의 내진성능 적정성 실태 전수조사를 통해 국가 지진대응능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2일은 경주지진이 일어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모두의 노력으로 지난 3년 동안 이루어낸 성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진을 직접 경험한 경주・포항 및 인접지역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지진방재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나라의 지진방재대책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지진에 대한 낮은 의식 수준, 미비한 국가 차원의 통합관리체계, 급하게 추진되는 내진보강 사업, 정립되지 못한 내진성능 평가 제도, 부족한 지진 전문가 등 지진방재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지혜로운 자는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3년 전의 9ㆍ12지진을 교훈 삼아 앞으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성과나 문제점만으로 국가적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야 할 지진방재대책을 평가하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노력과 함께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지진에 대한 대응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노력만이 지진이 발생했을 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해 줄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박영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건설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 보시고 실시간 입찰정보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건설경제i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구글
팝업뉴스 닫기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