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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항개발, 재원 조달방식부터 바꾸자
기사입력 2019-09-16 07:0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공항은 항공교통의 중심이다. 항공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 공항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로 지역을 찾는 여행객은 고스란히 돈을 쓰고 가는 알짜배기 손님이다. 공항에 대해 지역민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항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애정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의 개입과 지자체 간의 유치경쟁, 심지어 환경단체의 반대도 선거철이면 뜨거워지고 국가의 공항정책도 함께 표류한다. 국내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김포와 제주, 김해를 빼고는 모두 적자 운영 중인 현실에서 공항건설의 요구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김해신공항, 새만금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지역 이기주의와 정책 불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법은 없는 걸까.

  공항 건설문제로 선거철마다 휘둘리는 대표적인 공항은 동남권 신공항이다. 지역의 정치인들이 표심을 자극하고 지역 간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어렵게 결정된 국가정책이 신뢰를 잃은 경우다. 동남권역의 신공항 건설은 2002년 김해공항으로 착륙하던 중국의 민항기가 추락했던 노무현 대선후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대선 정국에서 신공항의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정부 내에서 조용히 덮였다. 그러나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가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막상 후보지 선정 단계에 들면서 10조원이 넘는 대규모의 국책사업의 경제성 부족으로 2011년 백지화했다. 그러나 끝난 게 아니었다. 2012년 박근혜 후보가 신공항의 백지화에 대한 재검토를 또다시 공약으로 걸었다. 결국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벌어진 TK와 PK 간의 유치경쟁은 지역갈등의 골만 남긴 채 2016년 현재의 김해신공항으로 결론 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김해신공항의 백지화를 내걸고 부ㆍ울ㆍ경이 한목소리를 내자 지난 6월 대통령은 총리실에 백지화 여부의 검토를 지시했다. 정치적 배경으로 국책사업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지난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명분으로 새만금 신공항을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역마다 오랜 숙원사업들을 하나씩 챙겨주면서 국책사업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 절차는 생략한 것이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계획이 가시화되자 이 지역에서는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토목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다. 과연 새만금지역의 국제공항 건설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잠재적 수요를 결정하는 배후도시의 인구가 약 40만 명에 불과하고 3시간 이내로 세계 180개 도시들을 연결하는 인천공항에 접근하는 고속철이 지나는 지리적 여건, 여행객을 유인할 관광자원과 매력물이 뚜렷하지 않은 현실에서 신공항의 한계는 잘 드러난다. 그동안 부풀려진 항공수요를 기반으로 건설되었던 국책사업들의 참담한 실패가 주는 교훈보다 지역의 이기심을 먼저 챙겨 준 사례다.

  제주도 제2공항은 이미 결정된 정부의 공항계획이 표류하고 있는 경우다. 외국의 공항설계 전문기관과 국내 전문가들이 함께 수행한 후보지 선정에 대해 환경단체가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3년이 지나도록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반대한 환경단체들이 뛰어들면서 찬반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은 심각하다. 착공이 지연될수록 수용력이 포화에 이른 제주공항의 혼잡은 가중되고 제주도의 관광 매력도는 줄어들 것이다. 국제관광의 풍부한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공항건설이 표류하고 있는 흔치 않은 사례다.

  공항만큼 성패가 분명하고 양극화된 분야도 드물다. 여행객들은 접근성과 노선 구조, 스케줄을 보고 이용할 공항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공항의 반열에 올라선 인천공항이 있는가 하면,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리는 양양과 무안의 지방공항들도 있다. 울진공항은 취항사가 없어 지어 놓고 아예 개항도 못하고 비행장으로 전락했다. 공항을 찾는 수요가 특정의 목적을 위해 거쳐 지나가는 파생적 수요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할 때 공항개발은 실패한다. 비즈니스를 위해서이건 관광을 위해서이건 목적이 분명해야 고객은 비행기를 타고, 항공사는 고객이 있어야 비행기를 띄운다.

  공항은 토지보상과 설계, 건설과 운용에 이르기까지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이 소요된다. 지역경제는 사업비를 향유하지만 개항 이후의 결과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2000년대 경쟁적으로 건설되어 실패한 지방공항들의 쌓이는 적자는 모두 정부 몫이다. SOC 사업의 성패를 단순히 경제성으로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의 부담을 장기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얼마나 떠안게 되는지는 살펴야 한다. 건설과 운영을 모두 정부가 책임지는 우리나라의 공항개발은 후진적이다. 재원의 민간조달, BOT 방식의 건설과 지자체 주도의 건설과 운영, 공항 운영권의 민영화는 세계 공항산업에서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90년대까지 글로벌 트렌드였던 국영 항공사들의 민영화가 이제는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의 재원조달 방식부터 변화를 시작하자. 지금처럼 공짜로 지어 주고 운영해 주는 지방공항은 내년 총선에서도 분명히 단골 메뉴가 될 것이다.

 

허희영(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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