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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CM 단체 통합은 결렬됐지만
기사입력 2019-09-17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얼마 전, K신문 K국장이 밤늦게 보내온 카톡을 새벽녘에야 확인했다. 요지는 지난 3년여 동안 CM단체 통합을 위해 노력했지만 무산되었고, 이제 각자 제 갈길 가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CM단체 통합에 관심이 많았고 통합되기를 바라 왔다. 통합을 통해 국내 건설산업이 발전하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합은 이제 물 건너갔다고 했다.

  각 단체의 지향점이 다르고 소속된 분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무리하게 단체를 통합시킬 필요는 없다. 물론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도저히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시도할 필요는 없다. 이쯤에서 통합 논의를 포기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통합논의 결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성격이 다른 두 단체가 동등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지금 감리단체는 튼튼하고 안정적이지만, CM단체는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어려움을 겪는 CM단체가 당초 설립 목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법과 제도는 때로 약이 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법과 제도에 익숙해져 안정된 생계를 보장받으면 발전에 대한 욕구는 약화된다. 국내 건설산업에 감리와 CM 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사반세기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그 제도 아래에서 수많은 기업들과 기술자들이 생겨났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덧 단단한 뼈대가 형성되었다. 쉽게 깨지지 않는 두꺼운 껍질 속에서 보호받고 있다. 그 법과 제도가 좋든 나쁘든 이제 쉽사리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명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감리와 CM이 도입된 시기는 거의 같다. 감리 제도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참사를 겪으며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므로 공사를 관리하는 수준은 비교적 단순하다. 반면 CM 제도는 국내 건설업의 선진화 및 세계화를 지향하며 도입되었다. 따라서 공사를 관리하는 수준은 고급이고 복잡하다. 제도가 도입될 당시, 국내 건설업은 감리를 받아들일 수준이었지 CM을 받아들일 수준은 못 되었다. 그러니 단순한 감리 업무는 무난히 정착했으나, 전문적인 CM 업무는 뿌리 내리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며, 감리단체는 거대하고 단단해졌지만, CM단체는 여전히 취약하다. 급기야 감리가 자신도 CM이라며, 오리지널 CM을 흡수하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감리가 CM인가? 감리가 국내 건설업의 선진화를 견인할 수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감리가 국내 건설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든 말든 수많은 이들의 터전이 되었다. 이제 와서 그 터전이 잘못되었다고 매도하기엔 너무나 커졌다. 그렇다면 감리 제도가 우리 건설업에 약이었나, 독이었나?

  25년 전 국내 건설업은 CM 제도를 도입하며 희망으로 가득했다. 해외 건설공사에서 CM을 경험한 많은 전문가들이 있었고 사기도 충만했다. 그런데 그 많던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관행에 밀려 정착하지 못했고, 그들의 해외 건설경험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제대로 된 CM을 펼칠 기회조차 없었다.

  여전히 국내 건설관행에 익숙한 분들은 해외 선진 건설관리 기법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분들을 향해, “백날 떠들어 봐라. 아무도 움직이지 않아.”라며 냉소 짓는다. 나 역시 많이 들어온 얘기다. “감리로 먹고 살면 돼. 괜히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이런 상황에서 선진화된 CM을 정착시키자는 주장은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이미 감리가 대세고, 거기에 익숙해진 많은 분들에겐 불편한 진실일 뿐이다. 더욱이 CM은 감리보다 번거롭고 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보상은 감리와 같다. 돈은 안 되고 골치만 아픈 CM을 누가 하려하겠는가. 수주는 해야 하니 제안서엔 CM한다 해 놓고, 수주한 다음엔 감리로 돌아선다. 오래된 관행이다. 그렇다면 CM 대가를 올리면 나아질까? CM 대가를 올리면 책임도 무거워져야 한다. 예를 들어, 당초 제안한 대로 공정관리를 실행하지 않았다면, 두 배의 패널티를 물리는 방안이다. 고민해 볼 일이다.

  많은 CM 전문가들은 CM단체 통합을 통해, 감리가 CM 수준으로 고급화되어 CM 시장이 상향평준화되길 바랐다. 그런데 실제는 감리가 CM을 기존 감리영역으로 끌어내리려는 하향평준화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비록 지금 힘이 없고 가난하지만, CM의 뜻이 올곧고 정당하다면, CM이 가는 길을 응원해 주어야 한다.

  이제 정부는 두 단체의 지향점과 성격의 다름을 인정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선진화된 CM을 추구해 온 단체가 그 뜻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적어도 두 단체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CM단체가 충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정책이 흔들리면, 국내 건설업의 미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CM이 국내 건설업의 선진화,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향한 가장 강력한 수단임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게 건설 선진국의 모습이다.

 

김선규(강원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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