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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동걸회장이 띄운 산은·수은 통합론
기사입력 2019-09-18 05:00:15.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난 10일 ‘회장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가 열린다고 했을 때 그간의 경영 성과 정도를  설명하는 자리이거니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폭탄급 발언일 줄 몰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얘기다.

이 회장은 간담회 인사말을 빌려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합병론을 꺼내들었다.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앞으로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며 “두 기관이 합병함으로써 훨씬 더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정책금융 개편’ 화두가 현 정권의 중간 시기에 불쑥 나온 것도 이례적이지만 정부가 아닌 기관장의 입에서 상향식으로 공론화한 것도 처음이다.

 정책금융 개편 이슈는 정권 출범 때마다 ‘뜨거운 감자’였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한다며 산은을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로 분리했다. 산은을 민영화하는 대신 정책금융 업무를 정금공에 맡겼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3년에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방안’을 발표하면서 산은과 정금공을 통합해 대내 정책금융으로 다시 단일화했다.  대외 정책금융 역할은 기존대로 수은과 무역보험공사에 줬다.

현 정부 초기에는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그러다 역할 조정 6년만에 정책금융 기능 중복과 비효율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정책금융 개편은 인적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탓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직원 반발이 뒤따랐다. 이번에 갑작스레 합병 타깃이 된 수은의 반대도 거세다.  수은 노동조합은 지난 15일 “이 회장은 정책금융 역할에 이래라저래라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산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다른 국책기관의 고유 업무영역에 기웃거리지 말고,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다할 것인지 고민하라”며  맞받았다.

금융위원회도 의견조율 없이 나온 이 회장의 발언에 발끈했다.  수은행장 출신인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산은과 수은의 합병은 이 회장의 개인 의견일 뿐으로, 논란될 이유가 없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논란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자금 수요자인 기업은 어떻게 볼까.  통합 정책금융기관이 탄생하면 규모에 걸맞게 금융을 폭넓게 지원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수퍼 갑’으로 변질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뒤섞인 것 같다.

이 회장의 발언을 단순히 사견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찜찜하다. 전통적 산업의 쇠퇴에 따라 기업의 국내 자금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해외 프로젝트 시장은 확대되면서 수은에 이어 산은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자금공급이 중복되고 비효율을 이룬다는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른 한쪽 면에서 보면 본사의 지방 이전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은이 유리한 생존 논리를 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은 위원장의 말처럼 경제도 어려운데 두 기관간의 갈등은 볼썽 사나울 뿐이다.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이 회장 스스로 비효율적이라고 공개 지적한 업무 중복 문제를 아무 일 없듯 덮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향은 아니다. 이 참에 공청회라도 열어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원정호 금융부장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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