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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시선] 설계 잘 뽑아주세요. 평면 잘 짜주세요.
기사입력 2019-09-18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안동 풍천면 병산서원

 

건축주에게 가끔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설계 잘 뽑아 달라’는 말이다. 자신의 요구조건과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잘 조합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달라는 뜻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도면이 프린터를 통해 출력되듯이 설계의 결과물이 뽑아져 나오는 것을 연상하고 있을까 우려하는 마음에 ‘잘 설계해 달라’고 하시면 된다고 정정해드리곤 한다.

학생들에게 설계를 가르치다보면 ‘평면을 짜 보았다’는 말을 듣는다. 도면을 쥐어 짜본 것일까, 혹은 설계 과제를 하며 머리를 쥐어짰다는 뜻일까. 가상의 건축주와 설계자로서의 본인이 합일점을 찾았다는 짬짜미의 의미 또한 아닐 것이다. 이 표현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평면을 계획해보았다’는 좀 더 좋은 표현이 있다고 정정해준다.

딴따라가 아닌 뮤지션으로, 환쟁이가 아닌 아티스트로 불리고 대우받는 것은 그에 대한 존중을 넘어 그가 만들어낸 작업 결과물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나 스스로 대우받기 위한 것을 넘어 우리가 만들어낸 건축이 제대로 대우받기 원하기 때문에, 건축인 스스로도 정확하고 적절한 용어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잘못된 용어가 있으면 지적하고 더 좋은 표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옛 건축물 중 명작이라 꼽히는 것들은 도면이 그냥 뽑아져 나온 것이 아니다. 주변의 지형과 산세를 읽어서 건물을 배치하고 높낮이를 결정하며, 건물들 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개구부 위치와 개폐방법을 세심하게 계획해 만들어진 것이다.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긴 창작물인 것이다. 

 

박정연(그리드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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