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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디지털 시대의 상속방법
기사입력 2019-10-04 07:00:08.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인 중에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고희에 이른 부부가 있다. 네 자녀 모두 출가했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자식들 얘기를 수시로 했는데 언제나 자랑보다는 걱정거리가 더 많았다. 아들은 외아들이라서 장차 이어받게 될 기제사로 힘들까봐 걱정이고 막내는 막내라서 언제 철이 들지 불안하다고 했다. 멀리 사는 딸은 자주 못 봐서 걱정이고 가까이 살아 자주 보는 딸은 사위 직장이 탄탄하지 못해 걱정이라고 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처럼 살았는데 뉘 집이든 겪는 일이라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들 부부는 살던 집만 남겨두고 거의 모든 재산을 현금화하기 시작했다. 제법 많은 돈이 통장에 쌓였는데 자녀들이 부모를 찾아올 때마다 백만 원씩 용돈을 주려는 용도라는 것이다. 스스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현재와 같은 빈도로 자녀들이 부모를 찾는다면 약 이십 년 후에는 가지고 있는 현금이 바닥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본인들의 수명을 아흔 안팎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언젠가 부부 모두 죽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은 재산이 자녀들에게 상속되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연금처럼 용돈으로 나누어 주겠다는 생각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상속방법 같아서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탈세를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그 돈을 전부 합해도 큰 세금이 나올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렇게라도 자식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의미로 읽혔다. 더불어 조금이라도 더 효를 실천하는 자식에게 더 많이 상속하고 싶다는 속내라서 멀리 사는 자녀가 불리하긴 하겠지만 그런대로 부모 입장에선 공평한 처사였다. 장차 겪게 될지도 모르는 자식들 간 재산싸움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고 처가나 시댁을 멀리하는 경향 때문에 불효할 확률을 줄이는 효과도 있어 곱씹어볼수록 솔로몬의 지혜 같았다.

갈수록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더불어 부양할 젊은 인구는 줄어들어 후세들의 어깨가 무겁다. 병원에 입원해도 가족들보다는 전문 간병인이 간호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노인들의 의식도 차차 바뀌기 시작해 자신의 말년은 자식들 집보다 요양병원을 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삶이란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더 자식들에게 애착이 가는 법,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육친 간의 정이야 어찌 변할까. 그들 부부의 기발한 상속 방법을 나도 서서히 준비할까 생각 중이다.

 

백두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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