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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들이 말하는 결혼의 조건
기사입력 2019-10-07 07:00:1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우리 사회의 메가트랜드 변화 중 하나는 단연코 1인 가구의 증가,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왜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증가하는 현상들이 사회문제가 되었을까? 얼마 전, 강의 중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주제로 토론할 기회가 있었고 청년들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다. “왜 결혼을 안 하나?, 결혼하고 싶지 않나?” 이러한 질문에 대해 여학생의 경우에는 답변이 다양하게 나온 반면 남학생의 대답은 대부분 “결혼하고 싶죠”였고, 그런데 “결혼하려면 집을 장만해야 하는데 언제쯤 가능할지…” 라는 대답이 많았다. 이 답변은 솔직히 내게 좀 의외였다. 난 다시 “결혼하는데 집이 꼭 필요한가요?”하고 되물었고 학생들은 “그럼요. 결혼하자고 할 때는 집이 있거나 능력이 되어야죠. 전세라도”하고 대답하였다.

  30~40년 전, 지금의 50~60대가 결혼할 때는 결혼이 일생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돈 없고 집 없어도 단칸방에서 결혼해 살면서, 행복해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이젠 옛 이야기처럼 되어버린 듯하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이 그때도, 지금도 있겠지만 청년들의 생각이 그때와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난 여러 모임에서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고, 젊은 청년들에게서 집 장만이 먼저라는 동일한 답변을 듣게 되었으며, 자신들 소유의 공간에 대한 갈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미래와 결혼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집’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인 ‘의식주’ 중 ‘주’에 해당되는 집이 가장 비싼 소비재이므로 이에 대한 고민이 ‘의’와 ‘식’보다 중요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며, 경제적 발전으로 인해 집 장만의 기준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년들의 집 장만과 관련하여, 서울시에서 야심차게 시행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것을 알게 되었다. 논란의 주제는 “생각보다 비싸다”, “규모가 너무 작다”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듯이 서울시의 주거비용은 매우 높은 수준이며, 혹자는 살인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많은 청년들이 쪽방, 고시촌 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도 내집 마련이 꿈이고 내집이 마련되면 독립하고 싶어한다.

  2016년부터 서울시에서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3년 한시적 사업으로 시작하였으며, 이는 청년, 신혼부부에게 좋은 질의 거주환경을 조성해 주고자 하는 것이고, 많은 분들이 환호하고 기다려 왔다. 시행 3년 만에 드디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시작부터 과열된 논쟁과 함께 청약률도 높게 나타났다.

  청년주택으로 분양하고 있는 5평 내외의 원룸 주택은 좁은 공간일 수도 있고, 편리한 역세권의 신축 원룸형 아파트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멀리 떨어진 오래된 연립주택과 비교하면 오히려 비쌀 것이다. 넓다와 좁다, 비싸다와 싸다는 개념은 상대적인 비교로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도시를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하면서 “도시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변화하고 있다”는 유명인의 말을 자주 떠올리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는 대도시일수록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고, 도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시는 발전해 나가야 한다. 어차피 모두를 다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면 지속적인 추진과 발전이 바람직한 것 아닐까 한다.

  이 사업의 목표를 많은 청년들에게 주택을 보급할 것이냐, 아님 청년 주택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냐, 아님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킬 것이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것이나, 전문가의 한사람으로 우선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시행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그들의 행동패턴, 주거 수요에 대한 다양한 고려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며,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지역민과의 마찰, 주거의 규모, 임대료, 과도한 인센티브 등의 논란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여 보다 나은 ‘역세권 청년주택 Ⅱ’사업이 추진되었으면 한다.

  도시엔 개성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 많은 시민이 원하고 요구하는 것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나 앞으로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갈 청년들에게 미래의 희망과 삶의 행복을 구현하는 일에 끊임없이 노력을 지속해 주시길 바라며 응원한다.

 

 김태희(홍익대 공과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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