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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광고가 아니라 뉴스를 만들어라
기사입력 2019-10-11 07:00:1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지리산 권역 관광지 홍보 활성화 세미나가 남원에서 열렸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하는 행사로 약 35명의 담당 실무진이 모였다. 지리산은 내가 해마다 들르는 곳이다. 19번 국도를 거슬러 오르는 하동 백리길, 숲과 내가 우거진 뱀사골의 풍광, 장엄한 화엄사와 수려한 쌍계사의 사계는 피곤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더 없는 곳이다. 그러나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교통의 요지인 남원의 인구는 줄고 있고 관광객도 예전만 못하다. 홍보 담당자들은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현대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발전시켜 보자고 했다. 드라마나 웹툰으로 만들어 도시층의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무주의 향로산 정상에 로봇 태권브이 조형물을 설치한다는 발상이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강의의 서두를 열었다. 이미 스토리텔링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니 지리산의 풍광과 서정을 담은 100개의 짧은 동영상을 찍어 유투브에 올리자고 했다. 그들은 디지털의 환경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즉발적인 반응(Real time, Real thing)이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인식(Perception)이 아니라 실체(Reality)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제일기획에서 일했을 때다. S-Oil의 ‘좋은 기름 캠페인’을 맡아 한참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광고주가 뮤지컬 ‘캣츠’의 스폰서가 되어 회사의 사장님과 본부장을 함께 초대했다. 인터미션 시간이었다. 뮤지컬은 오리지널이 제격이라며 연출과 연기가 대단하다고 광고주와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빗자루와 대걸레를 들고 지나가던 두 분의 청소부 아주머니가 재를 뿌린 것은 그때였다. “이번에 팀은 미국이 아니라 호주에서 온 팀이래. 관객들 반응이 별로라면서?”라며 수근거린 것이다. 우리는 무안함을 감추며 서둘러 입장했다. 상황은 바뀌어 있었다. 가수의 노래도, 무대 장치도 엉성해 보였다. 청소부 아주머니의 말 한 마디가 우리의 머릿속을 뒤흔든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대상은 실체가 아니라 이미지다. 하나 더해 보자.  프랑스 칸에선 해마다 국제광고제가 열린다. 그 대회에 두 번 참석했다. 고흐가 살던 아를지방을 들리는 버스관광투어에도 참여했다. 그가 살던 동네를 걸으며 그림의 배경이 된 2층 하숙방과 카페를 둘러보는 코스다. 그가 좌절과 방황의 나날을 보낸 곳이라 흥미로웠지만 전날의 숙취로 만사가 귀찮았다. 버스에 오르려 했을 때였다. “이 술이 바로 압생트 보드카입니다. 고흐가 별 헤는 밤을 그릴 때 마신 그 술이지요”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우리는 자리에 다시 둘러 앉았다. 고흐가 마신 술이 여기 있는데 어떻게 지나친단 말인가. 우리가 압생트를 마셨던 것일까? 아니다. 가이드는 독한 보드카 한 잔이 아니라 불우한 천재 화가의 스토리로 관광객을 설득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이야기로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다. 당신의 가방에 붙은 유명 브랜드가 하는 일도 그것이다. 나이키의 스워시 로고는 승리의 이미지다. 상표를 떼면 남대문 시장의 물건이 된다. 이미지가 사라지기 떄문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없는 시대의 마케팅은 인식의 게임이었다. 제품의 기능에 소비자가 좋아할 이야기를 입혀 전달하면 팔렸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는 제품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의 기능과 가치를 소비한다. 모든 정보를 비교까지 해가며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스마트폰은 매력적인 이야기로 부실한 내용물을 포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키워드 검색이나 동영상을 활용한 판매 직결형 광고가 대세다. 홍보 담당자들의 관점 변화를 위해 두 가지만 전한다. 첫째 광고를 뉴스처럼 만들어라. 재미나 감동의 스토리로 광고 선호를 높여 제품을 팔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24시간 내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은 허구의 스토리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소비자가 우리보다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라. 뉴스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전파된다. 자발성 때문이다. 둘째는 단순하고 짧게 만들어라. 시간을 잡아먹는 콘텐츠는 죄악이다.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는 틱톡은 15초다. 자기 맘대로 연출한 짧은 영상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소비자가 원하는 혜택을 분명하게 드러내라. 연출의 귀재 나영석 PD가 5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도 마찬가지다. 광고를 오늘의 뉴스로 만들어라. 이미 수백살 먹은 성춘향 이야기는 접어두고 100개의 지리산 영상을 기획해 보자고 한 내 진의도 이것이다. 무주 향로산 정상의 로봇 태권브이 전망대는 어찌되었을까.

 

김시래(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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