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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CM 성공사례는 많다. 공유가 부족할 뿐
기사입력 2019-10-14 07:0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이제 공사가 얼추 끝나가지 않나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말, 대학 문학서클 선배이자, D산업 신입 시절 사수셨던 L단장님께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다음 주면 준공이야. 하~하~하~” 특유의 너털웃음이었다. 공사가 늦어져 고생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싱거웠다.  L선배가 CM단장을 맡은 K은행 전산센터 신축공사는 매우 까다로운 현장이다. 전산센터 특성상 특수공법이 많고, 공사비 대비 공기는 턱없이 짧다. 더구나 공사 도중 대폭적인 설계변경으로 공사 범위가 늘어났음에도 공기는 그대로였다. 이런 황당한 현장을 예정 공기 내에 마무리한 것이다.

L단장님과는 개인적 친분을 넘어 CM으로도 많은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덕분에 현장을 서너 번 방문했다. 현장을 방문해도 오래 머물지 못했다. 다만 단장님 사무실 벽에 걸린 수많은 공사스케치와 숍드로잉(Shop Drawing)을 살펴보며 공사가 치열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CM단과 시공사 현장사무실은 뭔가 모를 노련함이 배어 있었다. 공사현장 곳곳에 쌓아 둔 자재들과 현장 내부도 깔끔했다. 흠잡을 데가 거의 없었다. 단 하나, 공사장 내부 곳곳에 다국적어로 쓰인 안전구호들은 영 낯설었다. 외국인 노동자가 거의 90%라고 했다. 마치 사우디에 있는 듯, 국내 건설인력 조달 현실을 민낯으로 마주했다.

  현장에 파견된 발주자 대리인은 단 한 명이었다. 공사를 CM단과 시공사가 온전히 끝냈다는 반증이다. 발주자는 비용, 공기, 품질, 안전 측면에서 만족했다. CM의 최종 목표는 고객 만족이다. 고객이 만족했으면 CM은 성공한 것이다. CM이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

  이번 사례는 조금 특이하다. 국내 최고의 CM사 중 하나인 S사는 설계변경에 따른 기술검토, 현장 숍드로잉 관리 같은 엔지니어링(Engineering)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국내 최고의 건설사 중 하나인 H사는 공정관리, 품질관리, 안전관리, 계약관리, 노무관리, 대외관리 등 매니지먼트(Management)에 집중했다. 이런 구도가 가능했던 것은 CM 본사의 기술지원팀 역량, 시공사 본사의 매니지먼트 역량이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단, CM사가 매니지먼트를 주도하지 않았던 점은 조금 아쉽다. 물론 시공사인 H사가 매니지먼트 역량이 탁월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H사처럼 매니지먼트 역량을 갖춘 건설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CM사가 이런 건설회사와 한 팀을 이루었으니, CM사의 매니지먼트 부담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대신 엔지니어링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CM은 공정관리와 같은 전체 프로젝트를 통합시키는 업무를 주도했어야 했다.

  그런데 H사에도 옥의 티는 있었다. H사 현장 직원들이 숍드로잉을 직접 그리지 않고 협력업체에 맡겼다고 했다. 문제는 협력업체가 그려온 숍드로잉을 H사가 검토도 하지 않고 CM에 승인 요청했단다. L단장님과 나의 현장경험에 비춰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H사 현장소장이 L단장님께 숍드로잉에 대해 현장직원 교육을 부탁해서 들어주었다고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H사는 현장직원들의 엔지니어링 능력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H사의 궁극적 목표가 매니지먼트 중심의 CM사라 할지라도 현장 엔지니어링 능력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CM을 성공시키는 경로는 다양하다. 프로젝트의 성격, 발주자의 의도, CM사와 시공사의 역량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CM을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K은행 전산센터는 발주자, CM사, 시공사가 잘 조합된 사례다. 이런 조합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준공까지 유지되었는지 좀 더 살펴보아야겠지만, 발주자 현장대리인, CM사 L단장님, 시공사 소장 간 의사소통은 원활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성공한 CM 사례들은 의외로 많다. 공유하지 못했을 뿐이다. CM 수행 과정과 절차에서 딱 부러진 정답은 없다. CM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시각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발주자 만족 여부가 CM 성패의 잣대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발주자가 만족한 CM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런 사례들을 공유하다 보면 개선점이 발견되고, 개선하다 보면 정착되는 것이다.

  발주자가 만족했던 CM 사례들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말자. 발주자가 왜 만족했는지 소회도 들려 주자. 발표하는 분들이 용기를 갖도록 격려해 주자. 그러다 보면 성공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다. 현실이 이상을 앞설 수 없지만, 이상은 현실을 이끌 수 있다.

 

김선규(강원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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