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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동 칼럼] 길 잃고 방황하는 민자사업
기사입력 2019-10-21 07: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민자사업이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오락가락 정책 때문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추락할 기미가 보일 땐 활성화하겠다고 외친다. 한편에선 공공성 강화란 명분아래 천덕꾸러기 취급을 한다. 기존 민자사업에 대해서는 이용료 인하를 강하게 밀어붙인다. 신규 민자 프로젝트는 재정사업으로 돌린다. 사업을 제안했던 기업은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된다. 물론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대가는 없다. 일관성 없는 정책에 애꿎은 기업만 멍들고 있다.

 

  국가 재정은 한정적이다. 화수분이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쓸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민 삶의 질을 높이려 한다. 이러한 재정적 한계 극복과 공공 서비스 제고 등 ‘두토끼 잡기’가 민간투자사업이다. 또 철저하게 이용자 부담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을 구현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단점도 있다. 가장 저항이 심한 것이 비싼 이용료. 하지만 민자도로 통행료는 재정도로보다 태생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민자도로는 투자금 회수 기간이 30년 정도인 반면 재정도로는 제한이 없다. 재정 지원비율도 재정도로의 절반에 불과하다. 조달 금리도 높다. 민자도로에만 통행료에 부가세가 붙는다. 또 하나의 부정적 인식이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다. MRG는 ‘세금 먹는 하마’로 인식됐을 정도다. 일부 외국자본은 이를 이용해 고수익을 내고 철수해 ‘먹퇴’ 논란도 일었다. MRG는 이 때문에 지난 2009년 종언을 고했다.

 

  MRG 폐지 이후 민자시장엔 한파가 밀려왔다. 각종 위험은 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았고 수익 내기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험에 따른 금융약정의 어려움은 민자시장을 쪼그라들게 했다. 지난 2010년의 협약체결이 51건 7조5000억원 규모였는 데 비해 2016년에는 6건 1조원 규모로 명맥만 유지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5년 민간투자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없앤 MRG 대신 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식(SCSㆍStandard Cost Support)을 채택했다. 손익공유형(BTO-a)과 위험분담형(BTO-rs) 민간투자방식을 이 때 도입된 것이다. 이들 제도 모두 정부와 민간이 이익을 공유하되 위험도 분담하는 하는 형태다. 민간의 리스크를 줄여 꺼져가는 민자 불빛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다.

 

 민자사업에 온기가 돈 것도 잠시,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교통인프라의 공공성 강화를 열창했다. 기존 사업은 재구조화를 통해 통행료 인하를 추진했다. 출자자들의 기대이익을 심하게 훼손하는 조치임은 물론이다. 더 심한 정책은 기존에 민자로 추진되고 있던 고속도로를 재정사업으로 돌린 것이다. 서울~세종간 고속도로와 수도권 제2순환 인천~안산 구간이 그 것. 이 프로젝트들은 적격성 조사에서 정부 투자안보다 민간 투자안이 효율적이라고 밝혀진 사업이다. 그럼에도 민간의 일감을 하루 아침에 빼앗는 결정을 내렸다.

 

  올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유료도로법 개정법률도 민자 시장을 옥죄고 있다. 명절 때의 차량 통행료 감면을 합법화했다. 또 국토부장관의 관리 감독 권한도 강화했다. 여기에 주무관청이 실시협약 변경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간선 도로망(7×9×6R)의 경우 모두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연계도로 등 소규모 프로젝트나 민자로 하라는 뜻이다.

 

 정부는 경기 하방압력에 커지자 민자사업의 손을 내밀었다. 올 경제정책방향에서다. 신규 민자사업을 적극 발굴 지원하기로 한 것. 이런 취지아래 범정부 관계기관 협의체도 구성했다. 하지만 공염불(空念佛)이다. 협의체는 지난 3월 킥오프 회의를 연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여기에 시행한지 4년밖에 안된 위험분담형(BTO-rs) 민자사업까지 손볼 태세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위해 운영 전체기간 정부 순 위험분담액을 ‘0’으로 맞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위험은 분담 안하고 이익만 공유하겠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민자사업이 계륵(鷄肋)으로 전락하고 있다.

 

 민자사업 관련한 제도 개선 현안은 수두룩하다. 통행료 인하도 민자도로에만 붙는 부가세를 영세율화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굳이 자금 재조달이나 재구조화 같은 복잡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평균 1%도 안되는 최초제안자 우대점수도 현실화해야 할 사안이다. 과도한 자기자본비율(건설기간 15%, 운영기간 10%) 인하도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투자를 늘리라고 주문했다. 건설투자가 생산유발과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민자사업은 재정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건설투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정책이다. 하지만 규제의 감옥에 갇힌 민자사업은 비틀거리고 있다. 민간투자 정상화를 위한 처방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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