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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시선] 지하에서 그들의 넋을 기리다
기사입력 2019-10-29 14:29:4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오랜 시간 동안 철로와 도로 사이에 남겨져 있던 서소문역사공원 옆을 차를 타고 지날 때면 철로가 이어지는 곳이기에 비워진 땅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곳은 아픈 기억이 새겨진 곳이었다. ‘서소문 밖 네거리 처형지’로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들을 처형하기도 했으며, 구한말 서소문 전투에 참여한 군인들과 사회개혁 세력을 처형한 곳이다. 또한 신유박해부터 병인박해까지(1801~1866) 천주교인들이 박해받던 시기,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이곳에서 순교하고 이들 중 44명은 성인으로 추대되었고 2014년에는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참배하기도 했다.

이곳에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한 국제현상설계 공모는 마포 석유비축기지 국제현상설계 공모와 함께 2014년 건축계의 큰 이슈로 기억된다. 296개의 작품 중 당선작(인터커드+보이드아키텍트+레스건축 컨소시엄)은 서소문성지가 가지는 기억과 이야기들을 대지에 새겨 넣는 개념을 가지고 다양한 공간을 계획했다.

복잡하게 연결된 역사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면 곳곳에서 경건하고 장엄한 공간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중 지하 3층의 콘솔레이션홀은 실제 천주교 순교 성인들의 유해를 모셨고 떠있는 듯 매달려 있는 벽체가 공간을 에워싸고 있다. 이 공간은 처형당한 이들을 위로하고 더 이상 죽임의 문화가 아닌 생명의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며 기획되었다. 맞은편의 하늘광장에는 정현 작가의 ‘서있는 사람들’ 44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마치 44명의 순교 성인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에서야 땅 속이 아닌 하늘을 마주하며 다시 살아나 서 있는 듯 느껴진다.

 

박정연(그리드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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