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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몰제 적용과 문제점
기사입력 2019-10-30 08:25:45.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최근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은 일몰제로 인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었다. 서울지역 총 38곳의 정비사업 현장 역시 내년 3월까지 조합설립 인가를 받지 못하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과연 정비사업 일몰제는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불러오게 되는 것일까.

  통상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등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거쳐 진행된다. 그런데 도시정비법 제20조는 사업이 일정 기간 지체되는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정비구역 일몰제’에 관한 규정이다. ‘일몰제’란 법률 또는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 지나면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다. ‘정비구역 일몰제’는 도시정비법 제21조에 근거한 ‘정비구역 지정권자의 재량에 의한 직권해제’와는 구별된다. 정비구역이 지정된다는 것은 앞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된다는 뜻이고, 정비구역이 해제된다는 것은 당초 예정된 정비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 일몰제를 연기할 수도 있다. 정비구역의 토지등소유자 100분의30 이상의 동의가 있거나 정비사업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주거환경의 계획적 정비 등을 위하여 정비구역 등의 존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비구역 해제 규정에도 불구하고 정비구역 지정권자는 2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하여 그 기간 내에는 정비구역을 해제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최근 증산4구역이 30% 이상의 주민 동의를 갖추어 일몰기한 연장 신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정비구역에서 해제하였고, 이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은 서울특별시장이 거부한 처분이 재량행위로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이런 사정에 비추어볼 때 일몰기한 연장 신청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률적으로 2년 내지 3년의 기간을 정하여 정비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일몰제는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하여 2012년도에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시행되었다. 즉 일몰제의 취지는 애당초 사업 진행이 힘든 곳을 정리해 나가자는 취지다. 그런데 정비구역이 낙후되고 주민 다수가 사업 진행에 동의하더라도, 사실상 정비사업 내부적으로 다수 당사자의 복잡한 이해관계, 행정절차 등으로 인하여 소송에 휘말리거나 사업이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조합이 설립되기 전인 사업초기에는 정비사업을 희망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추진위원이 되어 사업을 독려하고 이끌어 가야 하는데, 이들도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정비 사업에 문외한인 일반인이다 보니 각종 법령에 맞추어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해 나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기가 어렵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일률적인 기한을 정해 놓고 그 기한을 채우지 못한 구역을 무조건 해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각 조합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실제로 정비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애초부터 사업이 이루어지지 못할 곳이라면 정비구역에서 해제해 기존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성과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맞으나, 주민들이 상당수 동의하고 사업 가능성이 있다면 일률적인 기간 도과로 해제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보완을 통해 사업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필요도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현행 법령 하에서는 어렵고 추후 입법적인 부분까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별도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해제 이후의 현실적인 대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재개발의 경우 신축·개축 등 개발행위들이 무분별하게 허용되면 난개발의 우려가 커지고, 반면 개량과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당수의 건축물은 계속 노후됨으로써 안전의 문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 단순히 노후된 건축물 옆 도로를 포장하고 벽화를 그리는 것이 거주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궁극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노후 건축물의 개량과 기반시설의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안 없는 도시재생 사업이 현재 주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비사업의 시행이든 일몰제의 시행이든 모두 거주민의 주거 안정 보장과 주거 환경의 질적 향상을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정비구역 일몰제를 단순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제동을 걸기 위한 수단이거나 일부 주민들의 민원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문선희(법무법인 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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