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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칼럼] 변신 필요한 균형발전정책
기사입력 2019-10-31 07:00:1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대한토목학회 건설정책포럼에 참가하느라 최근 강원도 용평 알펜시아를 다녀왔다. KTX가 정차하는 진부역에서의 이동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으로 예상, 자차를 이용해서 가보니 학회 측이 진부역∼행사장 간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사전에 안내가 되었으면 당연히 KTX를 이용했을 텐데 아쉬웠다. 작년 초 동계올림픽과 KTX 개통으로 강릉과 평창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불과 십수년 전만해도 첩첩산중, 두메산골에 기차가 들어올지 상상이나 했었을까. 과거 쌍용이 용평리조트를 소유했을 때, 영동고속도로의 주말과 겨울철의 접근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선에서 발왕산 밑으로 터널을 뚫어 철도를 건설하는 안을 검토했었다. 경제성 문제로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났지만 지난 동계올림픽이 평창의 꿈을 현실화시켰다.

 작년과 올해 KTX를 타고 몇 차례 강릉ㆍ진부를 여행했다. 강릉은 당일치기 ‘해파랑길 투어’ 등을 위해서 두세 번 다녀왔다. 서울에서 1시간40분이면 강릉역에 도착하고, 택시를 타면 10분 이내에 안목 커피거리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강릉시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릉이나 인근에서 충분히 관광을 한 후 저녁 먹고 출발해도 밤 10시 전후에 서울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지난 여름에는 울릉도 가는 길에 강릉을 경유했다. 서울에서 첫 KTX를 타고 강릉항에서 쾌속선을 이용,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하니 낮 12시가 안 됐다. 서울에서 출발해 6시간30분 만에 울릉도 땅을 밟은 것이다. 울릉도 여행은 이번이 네 번째로 과거에는 강릉이나 묵호, 포항 등지에서 하룻밤을 묵거나 서울에서 새벽 서너시쯤 자차로 출발해야 했다. SOC의 힘이다.

 최근에 오대산 비로봉과 선재길, 월정사를 몇 차례 다녀왔다. 진부역 KTX를 이용했다. 지난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도 진부역을 통해 오대산에 올랐었다. 올림픽 때는 상원사나 월정사행 진부시내버스 일부가 진부역을 경유했지만 요즘은 손님이 없어서 안 한다. 진부역에 내리면 버스터미널까지 20여분 걸어가든지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물론 바로 상원사까지 택시를 타도 되지만 요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진부역에 정차하는 열차 횟수도 요즘은 1∼2시간에 한 대꼴인 상ㆍ하행 각 10회로 대폭 줄었다. 열차당 진부역 이용객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진부역이 강릉역과 달리 연계 교통망이 매끄럽지 못하다보니 주변에 용평리조트, 오대산, 진고개, 월정사, 대관령 등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을 갖고서도 쇠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기간 SOC를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구축된 SOC를 통한 수요 창출도 각 지자체들은 깊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 토목학회 포럼의 주제는 국가 인프라에 대한 지역주민의 체감 실태에 관한 것이었다. 대회장이 위치한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연구보고서가 발표됐다. 춘천ㆍ원주ㆍ강릉ㆍ동해 등 강원 도내 대도시의 교통ㆍ수자원ㆍ에너지ㆍ통신ㆍ환경ㆍ생활인프라에 대한 조사결과가 제시됐다. 또한 서울과 강원도의 인프라 충족도와 만족도 비교치도 제시됐다. 발제자는 수치를 들어가면서 격차를 설명했으나 크게 차이나 보이지 않았다. 일부 항목은 서울보다 강원권이 충족도와 만족도가 더 높았다. 앞으로 인프라는 하드웨어적인 면을 넘어서 이를 운용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다. 의료기관이나 교육시설 등이 있느냐 없느냐, 얼마나 가까이 구축돼 있느냐보다 앞으로는 인프라의 질을 따지게 될 것이다. 통신인프라와 영상매체의 발달로 기대치는 상당히 높아졌다. 수준차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면 잘 구축된 교통인프라를 이용해 인근의 대도시로 가게 된다. 또하나 시ㆍ군ㆍ구의 행정서비스도 중요하다. 인프라만 갖춰 놓는다고 주민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는다. 인프라를 운영하는 시ㆍ군ㆍ구의 서비스 질도 함께 제고돼야 한다.

 균형발전정책의 개념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전국 모든 지역의 인프라를 같은 수준으로 구축하는 정책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1995년 강원도 인구가 180만명에서 2017년에는 140만명으로 줄었다. 서울의 1개 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20여년 전에는 인구구조가 항아리형이었던데 반해 지금은 역피라미드형이다. 10년 후에는 읍ㆍ면ㆍ동의 절반이 소멸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이다. 이는 비단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인구와 예산이 없어 유지ㆍ관리를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균형발전은 삶의 질 향상과 지역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지역에 필요한 인프라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젠 ‘막연한 골고루’에서 ‘개성있는 골고루’로 변신할 때다.

 

서태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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