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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확실성 커지는 北核문제
기사입력 2019-11-05 07:00:1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북한 핵문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핵문제를 야기하고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됐던 북한이 오히려 연말까지 시한을 정하고, 미국 측이 ‘새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겁박하는 이상한 형국이다. 남북관계 역시 점차 소원해지더니, 급기야 지난달 15일 평양에서는 ‘무(無)관중, 무중계’의 살벌한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가 있었다. 북핵 해결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접어들기를 고대해 온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차일피일 ‘희망 고문’에 시달려야 하는가. 일이 어디부터 꼬인 것일까.

지난달 초 이틀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북ㆍ미 간의 예비회담과 실무회담은 결국 진전 없이 북한의 위협적 언사로 끝난 형식적 만남이었다. 북한은 애초부터 미국 압박용 ‘결렬’을 준비했던 것 같다. 북한 대표단은 인사치레의 예비 접촉에 이어 실무회담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숙소로 돌아가 2시간이나 지난 뒤 회담장에 복귀하고, 건성으로 회담에 임한 뒤 바로 미국의 무성의를 격렬히 비난하는 준비된 성명을 발표했다. 막상 회의장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고,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였는데도 느닷없이 화를 내고 자리를 박찬 격이다. 상부의 지침이 ‘결렬’이었던 것이다.

  2017년 9월의 6차 핵실험과 12월의 화성-15형 대륙간 탄도탄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북한은 경제제재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거세지자 국면 전환이 필요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핵 무력을 ‘완성했다’는 논리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남북 및 북ㆍ미 정상회담에 응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전후에 이뤄진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과 한국전쟁 미군 유해 송환에 고무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시작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내 정치용 업적 과시에 조급하다는 점을 간파한 북한은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장면 연출로 미국의 적극적 양보를 기대했다.

  네 차례에 걸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올 2월에 있었던 하노이 2차 북ㆍ미회담 및 북·미 간 물밑접촉 과정에서 미국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 ‘북한 비핵화’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은 핵 보유국 입장에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며, 미국이 먼저 ‘불평등한’ 대북 제재조치를 해제하는 신뢰를 보여줘야 실질적인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보겠다는 의도다. 북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포괄적 합의와 단계별 상응조치 확정에 응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과의 관계를 ‘싸하게’ 만든 것도 핵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과의 관계 진전은 북한의 핵무장 논리를 약화시키고, ‘전선’을 분산시켜 미국에 대한 ‘최대 압박’을 약화시킨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이 트럼프의 업적 훼손을 막기 위한 완충 역할을 해서는 곤란한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불가측한’ 성품과 탄핵정국 와중에서 업적에 대한 갈증, 자신의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습성을 간파한 북한은 핵 포기 없이도 생존 공간 확보의 가능성을 봤다. 북한은 올해 12차례의 신형 무기 및 중ㆍ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했다. 특히 지난  10월16일에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북한과의 대화 동력 유지를 통한 자신의 ‘업적 보호’가 필요했던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는 침묵했고, 오히려 유럽 6개국이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그렇다고 북한 문제에 ‘피곤해진’ 미국 조야의 역풍을 우려하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 요구를 덜컥 들어줄 수도 없다. 트럼프의 딜레마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다른 셈법으로 눈치 보는 동안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정교화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척 없이 북·미 대화가 시간을 끄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 등은 자국 이익을 위해 북한과의 ‘정상적 관계’를 복원해 왔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도 역시 북미 대화가 주는 일종의 심리적 낙수(落水)효과에 의해 약화되는 듯하다.

북한이 한사코 거리를 두는 한국 입장에서 북핵의 교착국면을 돌파할 방안 마련은 쉽지 않다. 북핵은 남북관계의 질곡(桎梏)이 돼버렸다. 미국에게도 계륵이 돼버린 북한  핵문제의 딜레마를 북한이 그리도 강조하는 ‘민족끼리’ 차근차근 풀어 갈 수는 없을까.

 

오승렬(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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