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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동산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기사입력 2019-11-06 07:00:08.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주택시장 안정화가 우선인가, 경제 회복이 우선인가? 주택시장 안정화란 주택 매매가격을 완만하게 하락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통상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매매거래가 줄게 된다. 건설사들은 신규 주택 공급을 줄이게 되고, 건설 전·후방 산업에 악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공인중개사무소의 구조조정으로도 연결되는 것이다. 주택시장 안정화는 곧 경제 회복을 우선순위에 둘 수 없게 만든다.

  한국경제의 가장 아픈 부분은 바로 ‘투자’다. 투자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는 건설투자는 2017년 1분기 10.7%의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해 왔고, 2018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15~2017년에는 건설투자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2018~2019년에는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부동산 정책기조는 ‘주택시장 안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고, 소위 ‘가진자’들은 더 부유해지고 ‘못 가진자’들은 더 가난해지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분배정책의 관점을 기초로 하고 있다. 투기지역을 지정하고, 분양 대상을 실거주자 중심으로 유도하며,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들을 제시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여, 부동산 매매가격을 안정화시키고자 하는 방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필자는 ‘한 권으로 먼저 보는 2020년 경제전망’을 통해서, 2019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 이슈는 ‘분양가 상한제’가 될 것이라고 기술한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11월 6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둘러싼 충돌이 예상된다. 매매가격 자체를 제한하는 이 정책은 그 영향이 상당하고, 다양한 이권의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유재산 제도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히는 재개발·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의 대규모 시위가 확산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헌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민간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는 현재의 분양가 시세에서 70~8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양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익률이 감소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공급 물량이 줄게 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급등하는 등 교란될 우려가 상당하다. 재건축 수익률이 떨어지면, 사업을 포기하는 조합이 늘어나고, 시행을 맡는 건설사들도 참여를 망설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시적 조정 후 몇 년 후 급등’과 같은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의 평균적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9년 중반까지 하락세가 지속되다가, 후반기 들어 반등하고 있다. 지방권은 가파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수도권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은 2020년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잡으려다 경제 회복을 놓칠 수 있다. 2020년 예산안에도 잘 반영되었듯,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가용할 만한 방법들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SOC 예산을 크게 증액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은 다소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공공주택을 적극 공급하고자 하는 정책을 통해서도 분배정책의 방향성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된다.

  부동산 정책은 과도한 규제에서 탈피해야 한다. 잡으려 한다고 잡히는 것이 아니다. 정책이 의도한 방향대로 시장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수없이 많고, 정책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의도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려는 정책은 시장을 오히려 교란시킨다. 가격은 잡으려 해도 안 되고 잡아서도 안 된다. 가격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애꿎은 지방권 부동산 가격만 더 잡히고 있다. 정책은 불법적 요소들을 막고, 악성 투자자들의 사기 및 범죄로 취약한 세입자들이 부당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이 가격을 지불할 수 있도록 고용 여건을 개선하고, 청약의 요건을 정밀히 하며,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겠다.

 

김광석(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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