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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로에너지 주택’ 시대를 기대한다
기사입력 2019-11-07 07:00:1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어느 가을날 A 차장은 몇 달간의 행복한 고민에 종지부를 찍고 발걸음도 가볍게 신차 전시장을 향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아내 몰래 담배까지 끊어가며 모아둔 ‘총알’을 완사할 생각을 하니 주책없이 이슬 한 방울이 또르르 뺨 위를 타고 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머리카락에서 빛이 나는 영업사원이 미리 봐 둔 차종에 관하여 설명을 시작하더니, 갑자기 미래 세대를 위한 차를 꼭 보여주고 싶다며 A 차장을 구석으로 안내한다. 이 모델은 배기구에서 물이 나오는 절대적 친환경 차이며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무엇보다 따님과 지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도 강조한다. 가격표의 앞자리 숫자와 0의 개수를 한 번 더 꼼꼼하게 세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전술한 내용을 주택으로 바꿔서 생각한다면 최근의 주택 에너지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일례로 한국감정원의 발표에 따르면 과거 30년간 주택의 성능은 약 43% 향상되었으며, 2018년 9월에는 패시브 주택 수준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도 강화되었다. 더 나아가 정부에서는 2025년부터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은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제의 의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건물 부문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하여 공격적이지만 동시에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개념은 난방, 냉방, 급탕, 조명, 환기의 5대 에너지 소비량의 최소 20%를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공급하는 건물을 의미한다. 아울러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의 생산량 비율을 총 5단계로 구분하고, 자립 수준에 따른 용적률 완화를 유인책으로 제시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건물 부문의 에너지 효율화를 견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025년 이후의 모든 공동주택은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의 도입 확대가 의무화될 것이며, 주택 분야에 있어서 과거 수십 년간의 변화를 상회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그 어느 때보다 주택 에너지 문제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주택 역시 고효율 친환경 자동차의 발전과 결을 같이한다. 복수의 국가에서 더 이상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발표와 같이 보일러, 지역난방 등의 전통적인 설비는 연료전지, 지열, 태양광 등의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으로 급속하게 대체될 것이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이 에너지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가장 큰 장애 요소는 경제적 부담을 들 수 있다. 1960년대 아폴로 우주계획을 위하여 개발된 연료전지는 일종의 열병합발전 시스템으로 열과 전력 부하를 동시에 제공하는 고효율 에너지 공급원이다. 그러나 1kW급 시스템이 2000만원을 상회하는 고가의 설비이기 때문에 소위 가성비 측면에서 건축주는 쉽게 지갑을 열기가 어렵다. 아울러 지열 시스템 역시 높은 성적계수를 무기로 공동주택의 급탕 및 난방 등에 적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공기 연장, 설비비 증가 등의 이유로 적용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들 문제는 재원의 확보가 가장 명쾌한 방법이지만 여전히 누가 지갑을 열어야 할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무거운 문제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다양한 참여 주체가 개입하여 각자의 이해관계 범위 내에서 합의 도출이 요구된다. 일례로 일본 정부는 대형 건설사를 포함한 소형 주택건설업체 등을 대상으로 ZEB 설계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해당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관련 산업과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대국민 홍보 및 서비스 등을 통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하는 등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환함으로서 각 주체의 부담 완화를 유도하고 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보급 확대는 건물 성능이 향상됨에 따른 관리비 절감과 효율적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부담  완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수혜자는 우리 모두임이 분명하며 관련 산업의 육성과 시장 창출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관련 정책의 안착과 새로운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 주체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는 당근도 두둑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ZEB 실현과 안착을 위해서는 해외의 사례와 같이 관련 시장과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다각적인 접근법을 통하여 모두가 행복한 결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지속적이고 강력한 모멘텀을 만들어 줄 것이다. 2025년 상상이 현실이 되는 ZEB의 도래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유정현(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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