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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공사로 ‘둔갑’한 복합공사
기사입력 2020-02-17 06:00:2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서울시의 ‘편협한’ 상생 정책은 소규모 복합공사를 종합이 아닌 전문(단일공종)으로 발주하는 행태에서 우선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치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도로함몰 예방 노후 하수관로 정비공사’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도로 하부의 동공 탐사를 진행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각 자치구에서는 도로함몰 예방 차원에서 노후 하수관로 정비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노후 하수관로 정비공사가 최근 들어 전문(상하수도 공종)으로 발주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경제>가 나라장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시내 각 자치구에서는 지난해 총 61건(1231억원)의 도로함몰 노후 하수관로 정비공사를 내놓으면서 60건(98.3%)을 전문건설사를 대상으로 공사입찰을 공고했다. 상하수도 단일공종으로 발주한 것이다. 종합(토목)으로 발주한 곳은 성동구가 유일했다.

이는 과거 사례와는 다르다. 2017년에는 총 61건의 공사 중 40건(65.6%), 2018년은 총 44건의 공사 중 29건(65.9%)이 전문으로 발주됐다. 주계약자 공동도급을 포함하더라도 종합(토목) 발주는 2017년 21건, 2018년 15건이 있었다. 종합건설사를 대상으로 발주했던 건이 30%대를 자치했는데 지난해 들어 거의 씨가 마른 셈이다.

기본적으로 상하수도공사는 △굴착(토공) △관로(구조물공) △포장(포장공)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적어도 3가지 공종이 결합된 복합공사라는 게 종합업계의 주장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공종 간 및 공정진행사항 조정 등이 필요한 복합공사는 종합건설사가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건설사가 해당 공종의 면허를 모두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기술력의 차이로 인해 시공을 불허한다. 종합건설업 등록기준은 기술자 5∼12인을 보유하도록 하는 반면 전문건설업은 기능사 2인이면 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건산법에서는 전문건설사가 종합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다. △종합적인 계획ㆍ관리ㆍ조정이 필요없는 4억원 미만의 소규모 복합공사를 도급받는 경우 △전문공사 외 그 부대공사를 함께 도급받는 경우 △2개 이상 전문공사로 구성된 공사를 하도급받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서울시 자치구에서 발주한 도로함몰 예방 노후 하수관로 정비공사는 모두 4억원 이상인 데다, 3개 공종 이상으로 이뤄져 있다. 결국, 주된 공종(구조물공) 외 나머지를 부대공사로 봤다는 이야기인데, 부대공사의 범위를 너무 폭넓게 해석했다는 게 종합건설업계의 지적이다.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도로함몰 예방 노후 하수관로 정비공사 가운데 대부분이 10억원 이상이고 50억원을 넘는 공사도 있었다. 주계약자 공동도급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전문으로 발주한 것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종합으로 발주한 성동구의 공사설명서 내 공종(토공ㆍ구조물공ㆍ포장공ㆍ부대공)과 전문으로 발주한 양천구의 공사설명서 내 공종(토공ㆍ구조물공ㆍ부대공)은 엇비슷하다.

이와 관련, 2018년까지 이런 종류의 공사를 종합으로 발주하다 지난해 전문으로 바꾼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다른 자치구와 같이 상하수도 실적으로 발주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내 전문으로 발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으로 발주하라는 식의 공문을 내린 적은 없다. 다만, 발주방식을 의뢰할 때 금액 및 현장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종합 또는 전문으로 발주하라고 지도하긴 한다”고 밝혔다.

성동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10억원 이상의 복합공사는 종합으로 발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발주자 판단에 따라 종합 또는 전문으로 발주되는 셈인데, 이는 부적정한 발주 사례라고 종합건설업계는 주장한다.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 관계자는 “건산법뿐 아니라 국토부의 건설공사 발주요령에도 2개 이상의 전문공사가 복합된 건설공사는 전문건설사가 도급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전문 발주 확대는 건설공사 발주요령의 부대공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는 종합적인 계획ㆍ관리ㆍ조정의 필요성을 인지해 복합공사의 전문 발주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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