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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편협한 상생 - <下> 주계약자공동도급 급증
기사입력 2020-02-18 06:20:1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20억 미만 공사까지 적용 … 수익은커녕 인건비도 못 건져

 

“20억원 미만 공사가 주계약자로 발주되면 아예 입찰을 포기한다. 수주를 하더라도 수익은커녕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서울 소재 종합업체 A사 관계자)

서울시는 2019년을 주계약자 공동도급 시행의 정착 원년으로 삼고, 지난해 2월 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5개 중점과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서울시의 주계약자 발주실적은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2억원 이상∼100억원 미만 건설공사 총 539건 가운데 239건을 주계약자로 발주했다. 2018년(총 475건 중 110건) 대비 공사건수로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발주 비율도 2배가량 뛰었다. 서울시가 제도를 본격 도입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총공사 대비 주계약자 발주 비율은 10∼20%대를 형성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44%로 급증했다. 공사 종류별로는 토목(55%ㆍ총 192건 중 105건)과 건축(52%ㆍ총 192건 중 99건)이 절반을 넘었다.

5개 중점과제는 △전문공사 발주사업 사전검토 △공종분리 검증위원회 의무화 △공종분리 검증위원회 개최 여부 및 적정성 검토 △주계약자 공동도급 운영요령 교육ㆍ홍보 강화 △주계약자 공동도급 사전절차 이행확인 후 입찰공고 및 추진실적 관리 등이다.

쉽게 말하면 되도록이면 전문공사나 주계약자로 발주하겠다는 이야기다. 건산법상 복합공종은 종합공사 발주가 우선이지만, 부대공사 여부를 판단해 전문공사 발주가 가능한지 우선 검토한 뒤 종합공사일 경우 주계약자로 발주하는 식이다. 서울시의 ‘편향된’ 상생정책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주계약자 공동도급은 종합건설업체(주계약자)와 전문건설업체(부계약자)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주계약자와 부계약자가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라는 측면에서 하도급 단계를 줄여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없앨 수 있다고 서울시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종합건설업계가 주장하는 주계약자 제도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마땅한 부계약자를 찾을 수 없어 입찰기회 자체가 봉쇄되고 △주계약자이면서도 공사비율은 부계약자가 큰, 이른바 ‘주객이 전도된’ 공사가 발주되며 △공사 진행 및 준공 이후 민원ㆍ하자에 대한 책임은 주계약자에만 부과된다는 것이다.

실제 2018년 12월 56억원 규모의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로센터 증축공사에는 주계약자로 발주되어 8개 업체만 입찰에 참가했다. 부계약자인 전문업체(조경식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비슷한 규모의 건축공사 입찰에 수십∼수백개의 업체가 참여하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주객이 전도된’ 공사는 종합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공사의 종합적인 계획ㆍ관리는 주계약자인 종합건설업체가 해야 하는데 반해, 실익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종합건설사인 B사 관계자는 “공사 진행 과정에서 안 그래도 부계약자들이 배짱을 부리는데, 주계약자의 공사비율마저 낮으면 부계약자들은 ‘상전’이 된다”면서 “그래도 공사에 대한 책임은 주계약자가 지기 때문에 그냥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일례로 지난해 3월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발주한 12억원짜리 동교배수분구(연희, 창천) 하수관로 종합정비공사의 부계약자(상하수도)의 비율은 무려 82.3%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의 주계약자 발주가 소규모 공사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총 239건의 주계약자 발주공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7건(61.5%)가 10억원 미만 공사로 채워졌다.

A사 관계자는 “아무리 소액 공사라 해도 현장이 개설되면 주계약자인 종합건설업체는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자 등 2∼3명은 배치해야 한다. 20억원 미만 공사가 주계약자로 나오면 수익은 고사하고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종합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오히려 종합업체들이 역차별받고 있다”라고 하소연한다.

C사 관계자는 “상생도 좋지만 현실을 봐야 한다. 연간 10억∼20억원밖에 수주하지 못하는 서울 종합업체들이 절반을 넘는다”면서 “주계약자 공동도급은 몇몇 대형 전문건설업체에만 유리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공사는 주계약자 발주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면서 “공사 발주량이 가장 많은 경기도의 주계약자 발주가 왜 적은지를 서울시는 깨달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원ㆍ하도급 불공정 행위 등을 근절하기 위해선 주계약자 공동도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방침”이라며 “다른 광역시들도 조만간 서울시를 따라 주계약자 발주를 활성화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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