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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길을 묻다] 정통한 고수의 시선을 유혹하는 맑은 세상
기사입력 2020-02-24 06:00:2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돼지 눈에는 오로지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오로지 부처만 보인다-豕眼見惟豕(시안견유시) 佛眼見惟佛(불안견유불)’은 무학대사가 한 말로서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대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말했다. “내 눈에는 대사가 돼지로 보이는구려.” 무학대사가 답했다. “제게는 임금님이 부처로 보입니다.”

  세상만사는 모 아니면 도가 아니다.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반되는 측면, 즉 긍정과 부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 세상만사다. 무학대사의 재치 있는 이 한 마디는 자칫 이성계의 말을 비꼬는 듯한 부정적인 뜻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 또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는 유무상생(有無相生)을 이야기한 노자의 사상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 강진에서 흑산도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둘째 형 정약전과 서면을 통해 서로의 학문을 토론했다. 그 중 하나의 편지를 보면 한 학문에 집중하여 정통성을 추구하는 형님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선생께서는 요즈음 수학(數學)을 전공하시더니 문자를 보면 반드시 수학적으로 해결하려 하시는군요. 이는 마치 선대의 유학자 중에 선(禪)을 좋아하는 사람이 불법(佛法)으로 <대학(大學)>을 해석하려던 것과 같고, 또 정현(鄭玄)이 성상(星象ㆍ별자리 모양)을 좋아하여 성상으로 <주역>을 해석하셨던 것과 같습니다. 이런 것은 어느 곳에 치우쳐서 두루 섭렵하지 못한 데서 오는 병통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위의 내용은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이 편역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이 글에는 한 우물을 파다가 그 우물에 매몰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 또한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른 말이기도 하다. 말이란 항상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어> ‘리인’에서 공자는 “나의 도는 하나로서 관통되어 있다-吾道一以貫之(오도일이관지)”라고 했다. 학문이 경지에 이르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 정통(精通)한 고수(高手)가 되면 세상의 이치를 하나로 관통하게 된다.

  한 평생을 한 우물만 파며 살아온 사람들을 흔히 장인(匠人) 또는 프로(professional)라 부른다. 그들의 숙련된 몸짓은 한 분야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뭇 사람들은 한 우물 파는 사람을 보고 외골수라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는 동굴보다 깊고 어두운 곳에서 그려진 향기롭고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단 한 번뿐인 인생, 미친 듯이 한 우물만 파는 삶도 경험해 봐야 후회 없는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송영대(행복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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