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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길을 묻다] 개처럼 벌어도 정승처럼 써야 하는 돈의 가치
기사입력 2020-03-02 06:00:3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경사(京師ㆍ수도)의 금고에는 억만금이 쌓여 있었는데 돈을 묶은 돈꿰미가 썩어 셀 수도 없었다. 태창(太倉ㆍ곡식을 저장하던 큰 창고)의 양식은 묵은 곡식이 계속 쌓여 가득 넘쳐나 태창 밖 길가에 쌓아 놓았으나 썩어서 먹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국가에 큰일도 없고, 수해나 가뭄의 재해도 생기지 않아 조정뿐만 아니라 백성들마저도 풍족했던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이루던 시절의 풍경이다. <사기> ‘평준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풍경의 이면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끝도 없고 끊임도 없는 욕심이 잘 표현되어 있다. 돈꿰미가 썩어 셀 수도 없고, 창고에 곡식이 넘쳐나 썩어서 먹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도 더욱 더 쌓아 놓으려고만 하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 하지는 않는 것이 야박한 인간의 성품이다.

  자고로 ‘사물이 번성하면 쇠퇴하고, 때가 극에 이르면 바뀐다-物盛而衰(물성이쇠) 時極而轉(시극이전)’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 선생은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示二子家誡)’를 통해 사물이 번성해도 쇠퇴하지 않고 더욱 풍성하도록 도와 주는 슬기로운 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이 내용은 정민 교수의 저서 <다산어록청상>에 소개되어 있다.

  형체가 있는 것은 부서지기 쉽고, 형체 없는 것은 없애기가 어렵다-有形者易壞(유형자이괴), 無形者難滅(무형자난멸). 스스로 자기 재물을 쓰는 것은 형체로 쓰는 것이고,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것은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형체를 형체로 누리면 다 닳아 없어지기에 이르나, 형체 없는 것을 마음으로 누리면 변하거나 없어지는 법이 없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베풂만한 것이 없다. 도둑이 뺏아갈까 염려하지도 않고, 불에 타 없어질까 걱정하지도 않는다. 소나 말에 실어 운반하는 수고로움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능히 죽은 뒤에까지 지니고 가서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진다. 천하에 이 같은 큰 이익이 있겠느냐? 단단히 잡으려 들면 들수록 미끄럽게 빠져나가니, 재물이란 미꾸라지다.

  <명심보감> ‘성심’ 하편에 “천 칸짜리 고대광실이라도 밤에 누울 자리는 여덟 자면 충분하고, 기름진 밭이 만경이라도 하루에 먹는 쌀은 두 되면 충분하다-大廈千間(대하천간) 夜臥八尺(야와팔척) 良田萬頃(양전만경) 日食二升(일식이승)”이라고 했다. 병풍 뒤에서 향 냄새를 맡으며 저승길을 떠날 때에는 단 한 푼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살아 있을 때 누울 자리 여덟 자의 공간이 있고, 하루 먹는 쌀 두 되를 충분히 쌓아 놓았는가? 그렇다면 남은 재물은 도움이 필요한 주변 사람들을 위해 베풀며 살아가자. 그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삶을 사는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송영대(행복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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