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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초록 숨소리
기사입력 2020-05-08 06:00:16.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생명을 키운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나 보다. 초록색 이파리와 눈을 맞출 때마다 마음이 환해진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윤기는 그대로다. 꿋꿋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일까. 물만 먹고도 이렇게 생생할 수 있다니 경이롭다. 머지않아 이들이 일으킬 변화를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봄빛이 유난히 창창하던 며칠 전, 창밖 은행나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앙상하던 가지가 어느새 풍성해져 있었다. 갑자기 가슴 속에서 뭔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초록 기운에 이끌린 나는 베란다 구석에 밀쳐두었던 흙을 꺼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분갈이용 상토였다. 그동안 미루고 있던 화초 분갈이를 할 생각이었다. 빈 화분에 흙을 채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막상 화초를 옮기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산세비에리아와 금전수 화분이 큰 데다 웃자라 있어 건드릴 수가 없었다. 잘못하면 화분이 깨질 것 같았다. 고민하다 꺾꽂이를 하기로 했다. 난제는 또 있었다. 가지를 가위로 싹둑 잘라야 하는데 쉽지 않아서였다. 팔팔하게 살아 있는 생명이 아닌가. 웃자라긴 했어도 화초는 건강했다. 물만 주는데도 쑥쑥 자랐다. 가끔 쌀뜨물을 준 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화초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가지가 좌우로 흔들렸다. 아니, 그건 나의 착각이나 합리화를 위한 변명이라 해두자. 어쨌든 나는 허락의 의미로 알고 가위를 갖다 댔다. 워낙 잎과 가지가 풍성해 여러 개를 잘라냈다. 산세비에리아는 다시 몇 등분 한 다음, 신문지 위에 가지런히 펼쳤다. 상처 난 부위가 말라 아물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금전수는 바로 물꽂이를 했다. 양이 많아 네 군데에 나눠 꽂았다. 매일 관찰하고 싶어 따뜻한 방으로 옮기고 나니 큰일을 한 듯 뿌듯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은 밑동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말린 후 화분에 삽목한 산세비에리아도 그대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보이지 않아도 물과 흙 속에서 이들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 자신을 다독이고 있을 초록 생명에 귀를 갖다 대자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걱정하지 말라고 그들이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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