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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귀소
기사입력 2020-05-13 06:00:2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귀소다. 오빠 이사 후 처음 맞는 어머니 생신이다. 계룡에서 계룡으로 돌아왔다면 이야기가 되려나. 터미널에서 만난 우리들은 금강 변을 달렸다. 연예인 쇼가 한창인지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고 있다.

 “여기다. 불 켜진 이층집.”

 “와! 이 집이야? 왜 이렇게 좋아? 진짜 장난 아니다.”

 큰아이가 감탄하는 사이 식구들 몇몇이 대문 밖에 나와 있다. 사십여 명의 혈육들이 모인 전야이다. 어머니는 연신 싱글벙글하시고, 그 품에 든 자식들은 모두들 천진한 아이가 되었다. 밤새 어린 조카가 울어 잠을 설쳐도, 형제들과 밀린 얘기를 나누며 날을 밝혀도 힘든 줄을 몰랐다.

 새벽, 큰올케가 서두른다.

 “바뻐유. 논산과수원 구경하고 갑사입구도 돌아보려면….”

 공주에 살면서 논산 땅의 배농장을 관리하다 보니 근거리에 마련한 집이 갑사 인근의 문화마을에 있는 근사한 양옥이다. 모처럼 모인 대가족은 오빠네가 이룬 영토와 주변 풍광을 둘러보기에 시간을 쪼개느라 분주했다. 친정이 어려워 배곯을 걱정을 한다면 동생들 마음이 편치 못할 터인데, 맏이부부가 성실하여 꿈을 이루었으니 절로 흐뭇했다. 마침 때가 어머니 생신, 새 보금자리에서의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어머니를 모시고 자투리시간을 틈타 마을구경에 나섰다. 오빠와 어우리로 사놓은 논배미와 인사를 트고 돌아서는데 계룡산 큰 품이 팔 벌려 맞이한다. 생각지도 못한 횡재다. 귀소의 편안함이 이런 것인가. 산 저편 ‘계룡시’에서 나서 삼불봉 불빛을 보고 자란 우리가 다시 산 이편 ‘계룡면’에서 정상부를 조망하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었다. 상봉의 깃대와 봉우리들이 더욱 가까이서 위용 있게 말을 걸어온다.

 나라정책에 떠밀려 고향을 떠나와 이십여 년을 살던 터가 제2의 고향인데, 내 마음은 오래전부터 이쪽 계룡사람인 것처럼 새로운 터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찔레꽃 흐드러져 어질어질 멀미가 날 때, 저편의 배고팠던 날들을 뒤로한 채 가족들 얼굴은 더없이 빛났다.

 

김선화(수필가)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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