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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친구의 아내’ 부르기
기사입력 2020-05-19 06:00:22.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전라도 전주에 있는 한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어느새 40년이 훌쩍 넘었다. 객지(서울)에 있는 동창 100여명이 어울렁더울렁 산 것도 그 세월과 엇비슷하다. 희한한 것은, 스스럼없기로 치면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만큼 편한 상대가 없을 듯하다. 3년 동안 같은 반을 한번도 안했어도, 대충 얼굴은 기억하게 마련. 두세 번만 만나면 금세 ‘야’ ‘자’가 되고, 횟수가 거듭되면 거친 말이나 욕도 예사로 하기 일쑤이지 않은가. 그때마다 부딪치는 문제가 동창친구들의 와이프 호칭이었다. 심지어 그 문제로 말다툼한 경험도 있을 터.

  ‘민증(주민등록증)으로 봐라. 내가 엄연히 형님이거늘. 형수씨가 당연하다’ ‘미친 노오놈. 동생의 아내이니 제수씨가 마땅하다’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친구 아내들을 어떻게 부를까, 고민이라면 큰 고민을 단숨에 해결하는 호칭이 있었으니. 친구의 아내를 존중하는 뜻에서 모두 ‘형수(兄嫂)’라 부르자는 안건이 어느해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형수라 부르기 시작하니 ‘시동생’으로서 ‘친구의 아내’를 대하는 데 있어 격의가 없어지고 편하여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왜 시쳇말로 ‘형수 앞에서는 웃통도 벗을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로부터 20여년, 일년에 최소 두세 번 부부동반 모임이 있다. 6월6일(6회 졸업) 야유회와 신년교례회, 그리고 여름 천렵행사가 그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부쩍 늘 수밖에 없는 자녀들의 결혼식 때 떼거리 참석이 그것. 그때마다 30여쌍이 참석하니 장관(壯觀)이라면 장관일 터. 이제는 암시랑토 않게 익숙해진 ‘규록이 형수’ ‘병운이 형수’ 등 누구누구 형수라는 호칭에 ‘여고생(남고생들의 옆지기이므로 당연히 여고생이다)’들도 싫지 않은 표정이고, 당연시한지 오래이다. 형수들에게는 약간의 재롱이나 몽니도 허락되니 금상첨화가 아니고 무엇이랴. 물론 형수들은 남편의 친구들을 ‘서방님’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여기도 형수, 저기도 형수, 나는 형수들을 사랑한다.

 

최영록(생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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