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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실진단 근절돼야 ‘안전한 사회’ 된다
기사입력 2020-05-20 06:00:1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우리나라는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1995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을 제정함으로써 기존 시설물에 대한 안전 및 유지관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시특법상 1, 2종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점검) 또는 정밀안전진단(진단)이 의무화되었고, 이를 수행하는 민간 안전진단기관이 설립되었다. 1, 2종 시설물 수는 1995년 5376개에서 2019년 9만9277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안전진단기관도 17개에서 2421개로 급증했다.

  시설물을 건설만 해놓고 사후 관리체계는 전무하다시피 했던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 사이 민간 진단기관들의 기술력이 선진화되고 진단 시장의 규모도 몰라보게 성장했음은 물론이다.

  안전진단기관이 이처럼 대폭 늘어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기술력이 부족한 일부 안전진단기관들이 저가로 용역을 수주하고 점검 및 진단 보고서도 부실하게 작성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점검ㆍ진단 기술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부실점검 및 진단을 방지하기 위해 2002년부터 점검 및 진단보고서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는 업무를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부적정’으로 평가되면 보고서 보완과 더불어 사업수행능력 평가(PQ) 시 용역 감점의 불이익을 받는다.  부적정은 ‘시정’과 ‘부실’로 구분되는데, 부실인 경우는 과태료 1000만원과 영업정지 1개월 등의 행정처분도 부과된다.

  연도별 부적정 비율을 분석해보면 2016년 공동주택 점검보고서가 평가 대상에 새로 포함되면서 부적정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2015년 5.1%→2016년 9.6%→2017년 12.6%→2018년 14.2%)로 나타난다. 부적정률이 꾸준히 높아지는 원인은 ‘처분의 실효성 미흡’과 ‘점검시 공동주택 특성 반영 미흡’ 등으로 분석된다.

  보고서가 ‘시정’ 판정을 받으면 과태료와 영업정지 없이 건설기술진흥법상 용역금액 1억원 이상인 사업수행능력 평가(PQ) 시 건당 0.3점의 감점과 결과보고서에 대한 보완만 강제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소액의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안전진단기관에는 처분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공동주택 점검이 일반건축물 점검기준을 따르다 보니, 공동주택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시특법 등 관계 법령을 작년 8월에 개정하였다. 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부적정의 종류를 ‘미흡’‘불량’ ‘매우 불량’으로 세분화 하고 과태료도 차등 부과하기로 했다. 처음 적발 시 1개월이던 영업정지 기간도 3개월로 강화하였다. 부실 보고서를 작성한 점검·진단기관은 명단을 공개하고, 3회 이상 적발 시 시장에서 영구 퇴출토록 하는 ‘3진아웃제’가 도입됐다. 부실 점검 및 진단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공동주택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점검기준도 작년 12월에 마련하여 올해 시범 적용하고 내년부터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세대 부분 및 공용 부분에 대한 조사 방법을 명확히 하고, 사용용도와 구조형식에 따라 시험 수량을 조정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공동주택 점검체계가 조만간 도입될 전망이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강화된 평가 제도와 관련한 교육과 홍보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원활한 제도 이행을 위해 상반기 중 관련 종사자와 시설물 관리주체를 대상으로 설명회 및 점검·진단 평가교육을 실시하여 제도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개선 요구사항 등 현장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 강화된 평가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결과를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현행 점검·진단 평가기준을 보다 정량화, 구체화하고 관련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안전을 강조하는 정책기조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시설물에 대한 보다 성실하고 정확한 점검·진단을 유도함으로써 부실 보고서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시설물의 안전사고 예방은 부실 안전진단기관에 대한 처분 강화와 점검체계 변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도개선의 진정한 효과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점검ㆍ진단 분야 종사자들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세로 스스로의 기술역량을 높이고, 공단은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평가로 보고서의 품질향상에 노력할 때,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방돈석(한국시설안전공단 시설안전평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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