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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엄마의 마당
기사입력 2020-05-21 06:00:31.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우리가 고향에 가던 날, 감나무 이파리는 연초록이었다. 계절을 잉태한 나무가 풀어놓은 푸른 냄새가 마당에 가득했다. 텃밭에는 감자가 여물어가고 상추는 보라색 치마를 나풀거렸다. 언제 보아도 정다운 풍경은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토방에 지팡이가 세워져 있었다. 매끌매끌 닳은 손잡이를 잡자 엄마의 시간이 말을 걸어왔다. 섬돌에 얌전히 놓여있는 흙 묻은 고무신 속에는 노년의 외로움이 고여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집은 여전했지만, 엄마의 키는 조금 더 줄어든 듯했다. 밤은 금방 찾아왔다. 이야기를 하던 엄마는 어느새 잠이 들고 나는 밤새워 뒤척였다.

 다음날, 요란한 새소리에 잠이 깼다. 적막만이 감돌던 집에 사람 소리가 나자 새들도 신이 났는지 마당을 분주히 오가며 팔랑거렸다. 아침을 간단히 끝낸 후 나는 팔을 걷어붙였다. 연로한데다 시력이 좋지 않은 엄마가 하기 힘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위해서였다. 고향에 갈 때마다 행사처럼 하는 일이기도 했다. 내가 청소를 시작하자 언니와 동생도 나섰다. 큰언니는 밭일을, 둘째 언니는 요리를, 그리고 막내 여동생은 안마 서비스를 자청했다. 결국 우리는 하루 동안 엄마를 편안하게 모시자는데 합의했다. 어찌 보면 효도라는 게 거창한 일은 아니었다. 네 자매가 자주 모일 수 없다 보니 좋은 기회였다. 오월의 어느 날 우리는 엄마를 위한 하루를 보냈다. 오후에는 마당에 앉아 마늘종을 다듬으며 지나간 시간을, 그리고 다가올 시간을 이야기했다.

 마음은 간절하지만, 자주 찾을 수 없는 고향이었다. 더욱이 집안에 환자가 있다 보니 고향과는 점점 멀어졌다. 엄마의 외로움을 알면서도 전화나 용돈으로 하는 효가 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함께할 시간이 너무도 짧다는 생각에 가슴이 요동쳤다. 모든 걸 제쳐놓고 고향으로 달려가게 된 이유였다. 고향을 떠나던 날은 비가 내렸고 엄마는 우산을 들고 마당에 서 있었다. 차에 오르는 우릴 보며 “느그 가불면 쓸쓸하겄다” 하는데 가슴이 울컥했다. 내 마음에도 요란한 빗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그렇게 또다시 홀로 남아 우리에게 하염없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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