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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나는 깜짝쇼가 싫다
기사입력 2020-05-22 06:00:24.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5월7일 저녁이었다. 어버이날이 성탄절은 아니지만 잠들기 전 침대 모서리에 커다란 양말 같은 것을 두고 싶었다. 다음날 눈을 뜨면 혹시 선물이 가득 채워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는 역시다. 선물은커녕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 하나 없었다. 꽃은 이제 됐고 물질적인 것을 원하지만 세 분이나 되는 우리 집 산타들은 아직 내가 너무 젊다고 보는 것인가. 아니면 지들이 너무 어리다고 믿는 것인가. 남들은 며칠 전부터 미리 택배로 뭐하나 갈 거라고 문자 받은 사람도 있더라만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더라도 하염없이 하루는 기다려보기로 했다. 저녁 때까지 소식이 없으면 뭔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결단을 내린다는 각오였다.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할 수 있는 모든 투정과 갖은 협박 끝에 정확하게 저녁 9시30분에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성의가 엄청 부족한 급조된 꽃바구니와 애들 먹는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정말로 가까스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에 도착했다. 보나마나 지들 먹으려고 사온 게 분명했다. 찬 음식이 이제 부담 간다는 것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그래도 뭐 자식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매년 이렇게 서글프게 선물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구차했다. 그래서 말이지만 나는 이런 식의 깜짝쇼가 싫다. 그런 행사는 정말 예기치 않았을 때나 좋은 것이다. 누구나 아는 1년에 한 번 맞이하는 생일이나 어버이날 같은 날 종일 부모를 서운하게 만들다 저녁 늦게 깜짝쇼를 벌이는 것에 결사반대다.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은 자는 시간인데 나머지 16시간 중 마지막 1시간을 위해 15시간을 우울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보라. 시간의 총량을 따져볼 때 평균적 행복수치를 비교해보면 답이 금세 나온다. 그야말로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부디 깜짝쇼를 기획하시는 자녀들은 신중하기 바란다. 특히 성에 차지 않는 나의 아들, 딸들은 반드시 재고하기 바란다. 부모란 굴러다니는 호박 한 덩어리라도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주고 싶을 뿐 받고 싶은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요란스러운 깜짝쇼 따위는 절대 기대하지 않으니 제발 화병이나 걸리지 않게 만들어다오.

백두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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