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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이팝꽃 피는 계절
기사입력 2020-05-26 06:00:27.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국어 시간이었다. 그 당시엔 한글을 배우는 방법 중에 가족들 이름과 대통령 이름 쓰기를 하곤 했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다. 그리고 다음엔 짧은 문장을 쓰고 익혔다. 드디어 진도가 나가 띄어쓰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그때는 띄어쓰기란 말의 뜻도 잘 모르고 무조건 똑바로 띄기만 하면 되는 줄로 착각을 했다. 그래서 네모 칸의 공책에 줄을 맞춰서 열심히 한 장을 다 쓴 다음 선생님께 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왜 그런지 선생님은 꾸지람을 하셨다. 여기는 자동차가 지나가라고 일렬로 이렇게 띄어놨느냐고 꾸중을 하셨다.

그렇게 선생님과 사제지간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우리 6남매 중에 3명을 담임하셨으니 인연이 깊은 은사님이다. 올해 구십대 중반을 넘기셨으며, 사모님도 함께하시니 다복하다. 지방에서 재직 시부터 아동문학 작품을 발표하셨고 책을 여러 권 엮어 내셨으니 성실한 삶이셨다. 몇 해 전만 해도 전철역 계단을 제자보다 빨리 올라가셨으며, 곧고 부지런한 성정 때문에 편안히 쉬질 못하셨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의 벽 앞에 서 계신다. 전화를 드리면 잠깐 인사를 하고 바로 사모님을 바꾼다. 사모님 하시는 말씀, “선생님이 걱정이야! 귀가 어둡고 깜빡깜빡하셔서 힘들어, 바깥 출입도 전처럼 못하시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상황을 무거운 마음으로 짐작해본다. 그래도 아직은 들리는 음성이 밝으셔서 위안이 되었다.

 작년에 뵈었을 때를 떠올려 본다. 제자를 같은 길로 이끌어 주셨고, 전화보다는 손편지를 자주 써서 보내 주시던 선생님. 그곳 공원에 이팝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소년처럼 즐거워하시던 감성이 지금도 느껴진다. 푸른 오월, 하얀 꽃이 여기저기서 손짓한다. 흰꽃을 닮은 은사님의 정갈하고 인자한 모습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같이 피어날 것이다. 다시 뵐 때를 기다려 본다.

 

이순금(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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